▲인터뷰에 응했던 박**님의 일하는 모습얼굴과 일하는 곳이 확인 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지 몰라 사진에 어두운 효과를 넣었습니다.
구교현
일하다 다쳐도 아무 책임 없다?
한 노년 알바노동자는 일을 시작할 때 '일하다 다치면 회사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일종의 각서에 서명을 했다고 말했다. 쓰라고 해서 쓴 것이고 일 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산재는 신청할 수 없는 줄 알았다고도 했다.
다른 노동자는 같이 일하던 경비노동자가 어느날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고 소장에게 혹시 산재보험 되는지 조심스레 물어봤는데 "우린 산재 그런 거 없어"라는 짜증 섞인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대부분은 각서든 사용자의 거부든 관계없이 산재보험의 권리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고 알려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들은 일하다 다치면 아무런 보상 없이 그냥 퇴출되는 신세였다.
깜깜이 월급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다행히 근로계약서를 써도 못 받았다고 했다. 뭔가 불리해 보이는 조항이 있었지만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하고 서명했다고 했다. 최저임금이 무시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세금 뗀다고 월급이 적게 나온 경우도 있다고 했다. 물어봐도 제대로 된 설명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대부분 급여명세서조차 받지 못했다. 사실상 주는 대로 받아야 하는 형편이었다.
값싸게 부려도 되는 노동
한 청소노동자는 70대 이전과 이후 일당의 차이가 크다고 했다. 경력과 관계없이 나이 많으면 무조건 일당이 낮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청소 일을 10년 넘게 해서 노하우도 있고 일이 있는 것에 감사하며 더 열심히 일하는데, 왜 임금을 적게 주냐"며 항변했다. 일을 얼마나 잘 처리할 수 있느냐는 나이의 많고 적음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나이가 많은 이가 경력이 있다면 젊은이보다 더 일을 잘 해낼 수도 있다. 그런데 노년아르바이트노동시장에선 일단 나이가 많다면 임금을 깎는다. 그가 무엇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는지를 살피려 하지 않는다. 노년 노동에 대한 무시와 차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부당해도 말할 수 없다
용역업체가 바뀌거나 소장이 마음 바뀌면 쉽게 잘릴 수 있다고 했다. 어차피 계약서도 없이 하는 일이니 오늘 당장 잘려도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특히 최근엔 50대부터 청소·경비 같은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이 많아 일자리 경쟁이 심하다고 했다. 그래서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어도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보험료 내고도 실업급여 못 받아
60세에 청소 일을 시작해 70세에 퇴직할 때까지 10년간 고용보험료를 냈지만 작년에 퇴직한 사람들은 실업급여를 못 받았고, 올해 1월 15일 이후 퇴직한 사람들은 실업급여를 받았다. 고용보험법 10조2항 65세 이후에 고용된 자에 대한 피보험 자격 제외 조항이 올 1월15일자로 개정됐기 때문이다.
당초 법에서는 65세 이전 '하나의 사업자'에게 고용된 자에게만 65세 이후에도 실업급여를 적용했다. 청소 경비 노동자들의 경우 용역업체가 자주 바뀌다 보니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올 1월 15일부터 65세 이전 고용된 사람 중 '사업주가 바뀌더라도' 피보험 자격을 유지하는 것으로 법이 바뀌었다.
우리가 만난 노동자들은 모두 65세 이전에 고용됐고 사업주가 1회 이상 바뀌었다. 올해 1월 15일 이전 퇴직자는 실업급여를 못 받고 이후 퇴직자는 받은 것이다. 길게보면 10년 가까이 일하면서 보험료를 냈으니 실업급여액도 상당했을텐데 이를 받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일해야 하는 형편
70세가 넘어도 한 달에 100만 원은 있어야 먹고 살 수 있다고 했다. 지금껏 최저임금 받으며 일 해왔기에 재산을 모을 수도 없었는데, 자식들도 먹고사는 게 힘드니 의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어렵게 집 한 채 마련했다는 노동자들도 집 있다고 돈 나오는 것도 아닌데 되려 기초연금 못 받으니 오히려 손해라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돈 들어가는 일은 많은데 갈수록 걱정이라고 했다. 한 노동자는 젊은 시절에 한 푼이 급해 보험을 하나도 들지 않아 이제 와서 들었더니 보험료가 수 십 만 원이라 부담이 너무 크다고 했다. 월 100만 원 벌기위해 계속 일할 수밖에 없고, 그 돈 받아선 돈을 모을 수 없으니 계속 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