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이유로 하프타임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하프타임을 마칠 때가 되었단 걸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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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글을 준비하며 컴퓨터 폴더에서 연재의 흔적들을 살펴보았다. 연재 순서대로 정리한 폴더에는 다양한 메모와 초고 그리고 수정본이 있었다. 거기에서 나의 변화를 읽을 수 있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내가 얻은 것이 많았다. 연재한 글들만 쌓인 게 아니었다.
연재하면서 나도 인생 후반전을 위한 하프타임을 가졌다. 처음에는 인생 후반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 했다는 막연한 이유로 하프타임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하프타임을 마칠 때가 되었단 걸 느끼고 있다. 어느덧 난 인생 후반전 작전을 세운 것이다. 이 모든 게 '내 인생의 하프타임'을 연재하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계획도 세우고, 내 가능성도 찾게 된 덕분이다.
지금 나는 50대를 주제로 일을 준비하면서 책을 집필하고 있다. 연재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를 책에다 담으려는 것이다. 나는 기사 연재라는 제한된 분량과 정해진 기간 때문에 미처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책 출판이라는 2020년 계획도 생겼다. 어쩌면 계획이라기보다는 희망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내 의지만으로 책을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계획을 세우면서부터 난 책 목차를 이렇게도 저렇게도 써보고 있다. 아마 수십 번도 넘게 고쳐 썼을 것이다. 내가 집필할 책 내용을 독자들이 궁금해할까도 공감할까도 수없이 생각했다.
처음에는 50대를 소재로 50대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쓰면 되겠지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실상이 단순하지만은 않았다. 요즘 출판계를 달군 세대 담론으로 접근해 보자는 생각도 해 보았다. 관련 자료를 공부하다 보니 인구 변동과 사회구조의 변화가 눈에 들어왔다. 파면 팔수록 새로운 주제가 솟아올랐다. 그만큼 연령과 세대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난 학자 흉내를 내고 있었다. 난 아직 글 쓴 지 오래되지 않은 작가 지망생일 뿐이었는데. 물론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문체를 흉내 내어 글을 쓸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 쓴다고 해서 독자들의 공감이나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다양한 담론 중에서 내가 흥미를 느끼며 잘 쓸 수 있는 방향은 무엇인지 처음부터 고민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편집부 기자가 내게 들려준 말이 있다. "자연 속 전원주택에 사는 사람이 쓸 수 있는 글이 있고, 한 평 남짓 고시원에 사는 사람에게서만 나오는 글이 있다. 인생이 제각각이므로 쓸 수 있는 글도 다르다." 그 기자는 <쓰기의 말들>이라는 책 속 문구를 인용했지만, 그 문장이 곧 내 이야기 같았다.
연재를 마치는 지금부터 난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더욱 깊게 파보려 한다. 2020년 연말에 내가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벌써 기다려진다. 그동안 내 글의 부족함을 채워준 편집부 기자들에게, 그리고 내 연재를 읽어준 독자들에게 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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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을 지나며 고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내가 나고 자란 서울을 답사하며 얻은 성찰과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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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50대, 7개월의 하프타임에서 내가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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