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1일 당시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상부보고' 논란으로 업무에서 배제된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이 검찰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유성호
윤석열 검찰총장은 과거에도 법무부 장관에 맞선 적이 있다. 박근혜 정권 출범 2개월 뒤인 2013년 4월, 그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이 됐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으로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을 겸하게 된 그는 2012년 대선에서 국정원이 박근혜를 당선시키려고 벌인 댓글 공작을 수사했다. 수사 과정에서 그는 원세훈 전 원장을 비롯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을 구속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960년생으로 사법연수원 23기인 윤석열 팀장은 1959년 생으로 연수원 14기인 채동욱 검찰총장과 보조를 맞췄다. 둘은 원세훈 구속에 뜻을 같이했다. 하지만 이들의 의지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2013년 9월 6일자 <조선일보>가 채동욱의 혼외자 의혹을 제기하자 황교안은 이를 명분으로 채동욱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황교안의 압박을 받고 채동욱은 9월 30일 사퇴했지만, 윤석열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극히 드문 상황을 연출했다. 10월 17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국정원 직원 3명을 전격 체포한 것이다. 이 일은 윤석열 개인에게 상당한 악영향을 끼쳤다. 17일 오후부터 수사팀장 직무에서 배제된 그는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을 뿐 아니라, 여주지청장에서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대형 사고를 친 10월 17일로부터 4일 뒤였다. 10월 21일 서울고검·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유명한 한마디를 남겼다.
<2013년도 국정감사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의 10월 21일 자에 따르면, 국정원 댓글 수사에 대한 상부의 압박을 폭로하는 그에게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그것은 모 신문에 나왔듯이 황교안 법무부 장관하고도 관계가 있는 이야기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새누리당 노철래 의원과 민주당 신경민 의원의 질의가 있었고,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의 차례가 됐다. 모두 발언에서 정갑윤은 "저는 비법조인으로서 오늘 국정감사장에 앉아 있으면서 이런 우리 대한민국 검찰 조직을 믿고 우리 국민들이 안심하고 사나 정말 걱정됩니다"라며 "하다못해 세간의 조폭보다 더 못한 조직입니다"라며 윤석열과 그를 따른 검사들을 비판했다.
그는 "여기 계시는 검사들 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가슴에 손을 얹고 이것이 도대체 무슨 꼴입니까, 무슨 꼴!"이라고 언성을 높이다가, "우선, 윤석열 지청장 한번 일어나 보세요. 그 자리에서 일어서 보세요. 마이크 들고. 앞에 불러내기도 싫어요"라더니 "우리 증인은 혹시 조직을 사랑합니까?"라는 물음을 던졌다.
약간 문학적으로 들릴 수 있는 이 질문에 대해, 윤석열은 마치 준비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이 "예, 대단히 사랑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결혼식 신랑의 답변 같은 그 말을 들은 정갑윤은 "사랑합니까? 혹시 사람에 충성하는 것은 아니에요?"라는 추가 질문을 던졌다.
윤석열의 국정원 직원 구속이 상관인 채동욱 총장의 퇴진에 대한 보복이 아니었나 하는 의미로 들릴 수 있는 질문이었다. '조직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는 게 아니냐?'는 정갑윤의 질문에 대해 윤석열은 이 한마디를 남겼다.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오늘도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된 뒤 대전고검 검사로 있던 윤석열은 촛불혁명 와중인 2016년 12월 1일 박영수 특별검사 휘하의 수사팀장에 지명됐다. 이로 인해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된 뒤로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 멋있는 한마디가 다시 화제가 되며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다.
검찰만 사랑하는 검찰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