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나윤씨가 바라본 군산 임피역
권나윤
나윤씨는 소설책을 많이 읽고, 개봉하는 영화마다 찾아보고, 드라마를 즐겨보는 사람. 군산시민들이 수해 입은 한길문고를 도왔다는 이야기에 감동받았다. 2018년 1월에 친구 현영씨와 둘이 한길문고로 찾아왔다. 그날 서점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는 내게 서울에서 아주 유명하다는 케이크를 선물했다. 2019년 8월에는 친구 세 명과 함께 한길문고에 와서 정유정 작가 강연을 들었다. 책을 사고 하룻밤 묵어갔다.
"나윤님, 어디 가다가 군산 지나치게 되면 들러요."
"벚꽃 피면 군산에서 한 달 살기 할 거예요."
나윤씨는 10년 넘게 다닌 회사에 사표를 내겠다고 마음먹은 지 오래였다. 프리랜서 강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착실하게 밟아왔다. 그토록 원하던 나윤씨의 퇴직은 지난 9월 30일에 이루어졌다. 가끔씩 불면증으로 뒤척이다가 맞는 이른 아침, 몽롱한 몸과 정신을 어르고 달래서 회사에 갈 필요가 없게 됐다.
그런데 작은 도시에서 한 달 살 거라는 나윤씨의 다짐은 단단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 눅눅한 바람이 선선해지고, 설악산에 물든 단풍이 시속 830m로 남하하고, 갑작스럽게 내린 첫눈을 보면서 기분을 내고, 겨울이 너무 길다고 투덜대다가 땅바닥에 핀 개불알꽃을 보고, 진짜 봄이 왔다고 안심했다가 감기에 걸리고 나서야 보는 게 벚꽃인데.
우리 사이에 운명은 한 번 더 작동했다. '2019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의 거점서점인 한길문고와 작은서점인 예스트서점과 우리문고에서는 나윤씨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작가들로만 강연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11월을 군산에서 보낸다면, 종합선물세트처럼 김탁환 작가님, 심윤경 작가님, 이정명 작가님을 만날 수 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