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커뮤니티케어 정책토론회에서 제도와사람연구소가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노숙인 지원 실무자 35명과 당사자 189명을 대상으로 양적 설문조사와 개별심층인터뷰를 병행했다.
종교계노숙인지원민관협력네트워크
'2016년 노숙인 등 실태조사'를 보면 커뮤니티케어의 주 대상이 되는 재활·요양시설 입소인(7726명) 중 51.1%(3953명)가 시설에서 10년 이상 거주하고 있으며, 이중 20년 이상 입소인도 전체의 25.7%(1990명)에 달했다. 특히, 여성은 10년 이상 거주율이 약 70%(1830명)에 육박했다.
같은 조사에서 '현재 시설에 불편한 것이 없다'고 응답한 입소인은 절반에 미치지 않았음(44.5%)을 고려하면, 놀라운 숫자다. 재활·요양시설에 입소한 분들은 대부분 고령이거나 신체적, 정신적 질환이 있다. 지역사회 돌봄 체계가 마련되지 않는 한 평생 탈시설을 꿈꾸기 어려운 구조다.
기초생활수급자도 시설에 살면 시설수급으로 전환된다. 손에 쥘 수 있는 현금은 기초노령연금 30만 원이나 하루에 1만 원이면 많이 버는 작업장 일자리 정도다. 주택 보증금과 기본적인 가구 구입비를 모으는 것도 쉽지 않다.
종민협 연구 결과, 재활·요양시설 입소자 중 47.6%는 정부의 주택 지원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주택 지원을 알면서 신청하지 않은 경우 '보증금 마련이 어려워서'(48%)라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LH공사는 올해 6월부터 주거급여 이하로 월세가 책정돼 '체납 위험이 없는' 경우에 한해 보증금 없이 주택을 공급하고 있지만, 서울에서는 신청 후 1~2년의 기간을 대기해야 한다. 주거취약계층 임대주택 공급물량이 워낙 적은 탓이다.
커뮤니티케어에 임대주택은 필수적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에 따르면 매입·전세임대주택 전체 공급물량의 15% 범위 내에서 주거취약계층 매입·전세임대를 공급하도록 하고 있는데, 현행 실공급량은 매년 1000호 정도로 전체 공급물량의 2.2%에 불과하다(2017년 국회 국정감사 자료).
국토부는 지난 10월 24일 발표한 '아동 주거권 보장 등 주거지원 강화 대책'에서 '2평 이하 면적에 3년 이상 거주하는 비주택 가구 1만 3000여 명'에게 3년에 걸쳐 무보증‧빌트인 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2020년 주거취약계층 매입‧전세임대 공급 계획은 연 4000호로 전체 물량의 6% 수준이다.
국토부의 이 '야심 찬' 계획은 아이러니한 결과를 가져온다. 거리 노숙을 하면 현재 지침상 '주거취약계층'에 해당되지 않는다. 임대주택 신청 자격을 얻으려면, 월 25만 원의 임시주거 지원을 받아 쪽방이나 고시원에서 3개월 이상 생활해야 한다. 국토부의 새 계획에 따르면, 그중에서도 2평 이하 쪽방에 들어가 3년 이상을 살아야 하는 셈이다. 노숙인시설 거주자는 지침상 '주거취약계층'에 해당되지만 새 계획에서는 아예 고려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2016년 노숙인 등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거리 노숙인은 2015명, 노숙인 생활시설 입소인은 9325명으로 총 1만 1340명에 '불과하다'. 주거취약계층 매입‧전세임대 공급 계획을 겨우 6% 수준으로 하면서 3년간 비주택가구 1만 3000여 명을 입주시킬 수 있다면, 거리와 노숙인 시설에 거주하는 1만 1000여 명이 탈노숙·탈시설하는 커뮤니티케어 로드맵을 세우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국토부 지침대로 주거취약계층 임대주택 물량을 전체의 15%(2020년 기준 연 9975호)로만 늘려도 가능한 일이다.
커뮤니티케어에 임대주택은 필수적이다. 종민협 연구에서 시설 퇴소 후 주거경험을 물었을 때 '월세 집을 구해서 지냈다'는 응답은 11.6%에 불과했다. 대부분 쪽방·고시원·여인숙 등 비주택 염가숙소에서 지내거나(34.8%), PC방·만화방·찜질방 등을 전전하거나(16.1%), 거리에서 다시 노숙생활을 했다(16.9%). 퇴소 후 다시 시설에 입소하게 된 이유도 '주거를 마련하거나 유지하기 어려워서'라는 응답(22.3%)이 가장 높았다.
정부는 의지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