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 정미란 생활환경팀장
정미란 제공
환경연합은 누리집 '투명한 화원'(https://www.hwawon.net/)을 열었다. 투명한 화원은 '투명한 생활화학제품을 원할 때'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재단법인 '숲과 나눔'의 연구사업으로 제작됐으며 국내 유통되는 1만 536개 생활화학제품의 성분과 화학물질 정보 등을 제공한다.
환경연합은 환경부가 누리집 '초록누리'를 통해 공개하는 화학제품과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시민들이 한눈에 쉽게 확인하고 여기에 더해 유해성 정보까지 제공하고자 이런 생활화학제품 정보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투명한 화원에서는 제품 정보가 얼마나 투명한지 알 수 있는 '투명 지수'도 있다. 누리집에는 1만 536개의 생활화학제품을 아주 투명, 투명, 조금 투명, 불투명 등 4등급으로 나눠 평가했다. 다만 지금까지 '투명' 이상 정보를 제공한 제품은 약 11%, 1240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89%인 9296개에 대한 제품 정보는 제대로 공개돼 있지 않다.
정미란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 팀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투명한 화원'이란 생활화학제품 정보 플랫폼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 2016년 검찰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시민사회에서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현 RB코리아)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이후 환경연합에서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팩트체크 캠페인을 벌였고 제품 500개에 대한 성분과 안전 정보를 확보하게 됐다.
시민과 단체가 움직이면서 정부도 나섰다. 환경부가 기업들과 자발적 협약을 통해 제품 성분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 17개 기업 1300여 제품 성분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정보만 모았을 뿐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보는 아니었다. 비유하자면, 책상 서랍에 있는 죽어있는 정보였다. 시민들에게 유의미한 정보로 바꾸고 싶었다. 유용한 정보였기에 꼭 빛을 발해야 하는 정보였다. 최종적으로 시민들을 만나 의견을 듣게 됐고, 그렇게 해서 투명한 화원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정보 취득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없는가?
"초반에는 기업들이 생활화학제품 정보를 잘 공개하지 않았다. 옥시가 처음에 성분 공개를 시작했는데 그것도 완전히 자발적이진 않았다. 검찰 수사 후에 재발방지책으로 나온 대책이었다.
기업에 성분 정보 공개를 요청하면 묵묵부답이었다. 기업들의 정보 공개 여부를 순위로 매겼다. 이를 언론에 제공하고 환경연합 누리집에 공개했다. 시민들이 분노의 댓글을 달았다. 이후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의 정보 공개율이 상승하게 됐다."
- 유의미한 정보는 무엇인가?
"화학물질 정보를 살생물물질, 중점관리물질, 나노물질, 알레르기 물질 등 4가지로 나눠 공개하고 있다. 특히 중점관리물질은 발암 물질과 환경호르몬 물질 등 인체 유해성 물질 목록이다. 발암·돌연변이·생식독성 물질과 특정 표적 장기 독성물질, 내분비계 장애물질, 잔류축정성 독성물질, EU고위험성 우려 물질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살생물물질과 나노물질은 법이 표시하라고 권고한 물질은 아니다. 하지만 투명한 화원에선 이 물질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 환경부도 생활화학제품의 성분을 확인할 수 있는 누리집 '초록누리'를 운영하고 있다
"안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있고, 없고' 차이다. 초록누리에는 시민들이 안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한눈에 제공하지 않는다. 투명한 화원은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사이트를 구축해 놨다. 많은 정보를 한군데 다 모아놓는다고 정보가 아니다. 진짜 정보는 유용하고 유의미해야 한다. "
- 모든 성분을 공개한다고 안전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이 놀란 게 있다. 바로 정부가 아무런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시중에 판매하는 생활화학제품을 정부가 관리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실상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국내에 유통되는 화학물질은 5만여 종이다. 이중 사용 성분이 공개된 생활화학제품은 10%에 불과하다. 소비자가 제대로 알았다면, 기업이 올바로 정보를 제공했다면, 정부가 똑바로 관리했다면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비극이 일어났을까.
공개된 정보도 최소한의 정보다. 이걸 뛰어넘어 각각의 성분에 대해 흡입 테스트나 피부 테스트를 거쳐 안전한지 확인해야 한다. 이 첫 발걸음이 투명한 화원이다."
- 흡입 안전정보와 피부 안전정보는 아직 공개 예정이다.
"각 물질에 대한 독성을 파악하고 있다. 조만간 자료 조사를 마치면 공개할 예정이다."
- 시민들이 해야 할 일은 없나?
"사용하는 제품 중 성분 정보가 필요하면 투명한 화원에 꼭 물어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투명한 화원이 대신 기업에 성분 공개를 문의할 것이고 그 결과를 알려드릴 것이다. 시민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과 실제는 다르다. 궁금하면 물어보는 것도 소비자의 권리다. '제품 정보 공개요청'에 문의를 많이 해달라. 투명한 정보는 요구가 있어야 가능하다. 국내 유통되는 화학물질 5만여 종 중 인체 안전성 정보가 확인된 물질은 25%에 불과하다. 나머지 75%는 안전 정보 없이 사용되고 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투명한 화원은 시민들이 참여해 만드는 누리집이다. 이 말은 시민 참여가 없으면 누리집의 생명력도 잃는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참여로 그동안 비밀이던 화학제품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끝내는 기업이 안전한 화학물질로 제품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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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 겪고도... 성분 공개 11%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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