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사 화면 캡처
MBC
12월 14일, 생활고 때문에 마트에서 물건을 훔친 남성의 이야기가 MBC에 보도되었다. 12살 아이를 데리고 온 30대 남성은 경찰에 검거되었을 때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처벌되지 않았다. 대신 경찰은 그와 아이에게 국밥을 사주었고, 익명의 개인은 그들에게 20만 원을 건넸다. 그는 몸이 아파서 6개월째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집에는 홀어머니와 또 다른 자식이 있었다. 아무런 죄도 묻지 않은 마트 사장, 봉투에 담은 돈을 전달한 익명의 개인, 국밥을 사준 경찰관까지. 그 이야기는 '미담'으로 불리기 충분한 이야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 환호했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현대판 장발장'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러나 나는 그 이야기가 반갑지 않았다. 경찰이 약속한 일자리 알선과 무료 급식카드로는 그들의 인생이 해결될 수 없다. 마트에서 조금의 생필품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그들의 처지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아픈 몸을 끌고 일할 자유를 주는 것은 해결이 아니다. 급식 카드로 밥을 사먹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전전 긍긍하는 많은 어린이들을 이미 나는 보고 살아왔다.
가난은 낭만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삶도 '미담'으로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구출하는 것이 국가가 아니라 마음 착한 시민들이라면 그것은 '미담'이 아니라 하나의 불행이다. 마음 착한 시민들의 시야에 벗어난 많은 '현대판 장발장'들이 오늘도 벌을 받고, 고개를 숙인다. '현대판 장발장'들은 그래서 미담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더 이상 미담이 만들어지지 않는 사회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의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다. 무료 급식카드를 내미는 부끄러운 손들이 줄어들 때다. 가난을 증명해 보여야하는 세상, 복지 사각지대가 있는 세상, 다행히 복지 수혜자가 되더라도 그 금액이 형편없이 작아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세상은 결국 미담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어떠한 누구도 선별하지 않고, 죄책감이 없는 세상을 위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가난을 증명해 보이는 잔인한 제도 속에서 인간이 행복하기는 어렵다. 가난하기 때문에, 무능하기 때문에 복지 제도의 수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권리로서 기본소득이 필요한 국가를 이제 상상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할 때, 우리는 비로소 미담이 사라진 사회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0
20대 여성 정치에 관한 책 <판을 까는 여자들>과 <집이 아니라 방에 삽니다>를 썼습니다.
공유하기
배고파 음식 훔친 '현대판 장발장' 미담, 반갑지 않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