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세상을 바꾸는 엄마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태호 엄마 이소현, 민식 엄마 박초희, 하준 엄마 고유미, 해인 엄마 고은미.
이희훈
엄마들은 긴 시간 외롭게, 그리고 함께 싸웠다. 2016년 4월 해인이가 경기도 용인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응급처치가 늦어 세상을 떠난 뒤부터, 2017년 10월 하준이가 서울랜드 동문주차장에서 경사로에 굴러 내려온 차량에 영문도 모른 채 치인 뒤부터, 2019년 5월 태호·유찬이가 인천 송도신도시의 한 사설 축구클럽 노란색 승합차에 탄 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뒤부터, 2019년 9월 민식이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차량사고를 당한 뒤부터.
해인이, 하준이, 태호·유찬이, 민식이는 특별한 상황에서 사고를 당한 게 아니다. 아이들이 늘상 가는 어린이집 근처에서, 놀이공원 주차장에서, 축구클럽 하원길 위에서, 학교 주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생명을 잃었다. 엄마들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지켜져야 할 환경에서 난 사고"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사회는 오랫동안 이 아이들의 이름이 별칭으로 붙은 어린이생명안전 관련 법안들을 주목하지 않았다. 올해 후반부까지 이를 다룬 언론은 적었다.
"사실 아이에 대한 애도의 시간조차 없었어요. 경찰서, 시청, 구청을 아무리 뛰어다녀도 각자 서로 떠넘기기에 바쁘더라고요." - 해인이 엄마 고은미씨
"언론을 생각하면 참 속이 상해요. 하지만 당사자인 우리의 말을 들어주는 곳은 또 언론밖에 없었어요. 인터뷰 섭외가 들어오면 무조건 했어요. 우리가 카메라 앞에 서지 않으면 정부나 국회는 들어주지 않으니까요. 지자체 등에 아무리 편지를 써도... 결국 제 아이의 일은 민원 서류 한 장에 불과해져버렸죠." - 하준이 엄마 고유미씨
각자의 터전에서 싸우던 엄마들의 손을 서로 맞잡게 한 매개는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었다. 어린이 안전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죽음, 그 공통점을 깨달은 엄마아빠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됐고 어깨를 마주 걸었다. 태호 엄마 이소현씨는 말한다. "태호·유찬이 사고가 났을 때는 언론 인터뷰만 하면 눈물만 흘렸는데, 이제는 투사가 됐어요"라고 "누구든지 죽을 수 있는 환경이라는 걸 알게 되고 나서는 더 강해졌어요"라고.
우여곡절 끝에 지난 10일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신호등·과속 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고, 하준이법은 '경사가 있는 주차장에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임목과 안내표지 등을 설치하는 것'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첫 결실이었다.
끝나지 않은 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