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코다입니다청각장애인 자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우리는 코다입니다'가 출간되었다
교양인
이들은 슬프고 힘들었던 경험들을 책을 통해 전했다. 아이에서 청소년기를 지나 청년이 된 지금까지의 성장기를 그렸다고 해도 무방하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선에서 느꼈을 차별과 부당함이 책에서 느껴져 1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장애인 관련 업무에 몸담았던 나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힘든 경험들을 풀어낸 데에는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코다'를 알리고픈 절실함이 있었으리라.
차별에 힘들었던 어린 시절의 코다
글의 서두에 적었듯이 책을 읽으며 문득 10년 전에 방문했던 청각장애인 부부 가정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내게 열심히 통역해주었던 큰 딸의 모습도 생생하다. 아마 큰 딸도 코다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고 있으리라. 당시엔 생각 못 했던 큰 딸의 마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고 할까. 당시에 내가 실수한 건 없었는지 이 구절을 읽으며 돌아봤다.
성실했지만 안정적인 삶을 꾸리기 어려웠던 부모님에게 이런 예상치 못한 문제들은 언제 어느 때고 발생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엄마와 아빠의 입과 귀가 되어 많은 내용을 통역해야 했다. 수어를 할 줄은 알았지만 통역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병원에서, 동사무소에서, 법원에서 전문적인 내용을 전달하기에는 내 지식, 어휘력, 그리고 수어 실력이 부족했다. 어른들은 부모님을 그곳에 없는 사람 취급하거나 우리를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차별적인 말들을 뱉어냈다. 그곳에서 나는 그저 '귀머거리 부부' 와 함께 온 어리고 불쌍한 아이일 뿐이었고 그 말들을 내 귀에 담아 두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 36P
청각장애인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직업의 선택에 한계가 있다고 알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얻는 일이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어릴 때부터 교육으로부터 배제되어 온 사회의 이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2017년 국립국어원의 한국수어실태 조사연구에 따르면 청각장애인의 교육수준이 초등학교 33.5 %, 무학 19.4%로 나타났다. 전 국민의 교육 수준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떨어지는 수치이다.
청각장애인들이 어릴 때부터 수어로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다면 교육수준이 높아짐은 물론 직업선택의 폭도 넓어졌으리라 짐작한다. 이 책에서는 교육과 직업선택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어린 나이에 이름만 '학교'일뿐이었던 시골 사립 농학교에 들어가 매일 반복적으로 강요된 의미 없는 단순노동을 하던 아버지는, 이내 그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학교를 도망쳐 집에 돌아왔지만 곧바로 가족들이 운영하던 방앗간으로 투입됐다. 아버지 입장에서 두 세계는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장애인인 자신도 교육과 성장의 기회를 누릴 권리가 있는 세계가 아니라. 그저 어떻게든 육체노동 기술을 습득해 밥벌이를 해서 '인간 구실'을 해야 한다는 단 하나의 목표만을 주입하는 세계. 귀가 들리지 않고 말을 할 수는 없어도 타인과 자연스럽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 일방적 음성언어 위주의 폭력이 아니면 침묵만을 강요하는 세계. 만약 아버지가 농학교서 농문화와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경험하고 자기 나이와 성장 단계에서 적합한 교육을 제공받았다면, 그렇게 학교를 도망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 266p.
장애인과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청각장애인과 그 자녀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떠올려보았다.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의 이름에 걸맞게 건강권 증진에 힘써야 한다는 책임감이 머릿속을 꽉 채우기 시작했다.
수어 통역사가 없으면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의료환경, 통역으로 이야기를 해줘도 교육 수준이 낮아 이해가 어려운 상황들. 그리고 청각장애로 인해 무방비 위험에 노출되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는 가능성들. 또한 이들의 가족이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겪는 차별적인 순간들까지.
이 책을 읽으며 비록 그들이 겪은 아픔을 똑같이 느낄 수는 없겠지만, 그들과 교류하고 연대하여 이 세상에서 장애인 그리고 가족으로서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결과적으로 건강한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코다입니다 - 소리의 세계와 침묵의 세계 사이에서
이길보라, 이현화, 황지성 (지은이),
교양인,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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