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광보 선생님과 변상철 국장이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수상한집
꼭 기억해야 할 기록
그래서 기록을 시작했다. 짧은 기록이지만 지난 8년의 과거사위원회 활동과 위원회 종료 후 계속해 왔던 과거사건 진상규명 활동을 음식으로 기억하는 '인권을 먹다'가 그것이었다(☞
인권을 먹다 http://omn.kr/ptzq).
오마이뉴스에 게재를 시작한 것은 기억에 남는 몇 개 사건만을 정리해 '지금여기에'라는 단체의 활동을 좀 알려보려 했던 동기에서였다. 그런데 첫 기사와 두 번째 기사를 송고한 뒤 오마이뉴스 기자로부터 연락이 와 연재를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덜컥 겁이 났다. 글재주도 없는 내가 어떻게 연재를 하며, 어떻게 책임감 있게 기사를 쓰겠는가? 그런데도 연재를 결정하게 된 것은 오마이뉴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오마이뉴스는 '인권을 먹다' 일러스트와 특별면 페이지까지 만들어 주었다.
시민기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던져 놓는다. 그것이 매끄럽게, 씹어 삼켜도 걸림 없이 잘 넘어갈 수 있도록 잘게 잘게 다듬는 것이 바로 편집기자들이었다. 편집뿐만 아니라 기사 작성이 어렵다고 느껴질 때마다 용기를 주었다. 내가 계속 기사를 쓸 수 있게 한 힘이었다.
결국 이렇게 연재된 기사가 <인권을 먹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되는 기쁨도 누렸다. 사실 개인의 이름으로 출판한다는 것은 커다란 경험이자 영광이다. 그리고 한권의 책으로 나올 이야기를 글로 써본다는 것보다 더 좋은 글쓰기 연습은 없는 듯했다.
'인권을 먹다' 연재 이후 과거사와 관련한 이야기, 마을 이야기 등을 소재로 연극과 창작 판소리 극작에도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예술인으로 등록되는 영광까지 호사롭게 누렸다.
그러나 오마이뉴스에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이라 하면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억울하지만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의 노출, 상처·기억·증언·기록·싸움 등 그들이 말하고 싶어하는 가슴깊이 쌓여있는 억울함을 인터넷을 통해 세상에 드러낼 수 있는 노출의 자유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인권을 먹다' 연재 이후 나나 지금여기에라는 단체나 성장을 했다. 조작간첩 피해자들을 포함한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진실규명 과정을 기사로 실시간 세상에 노출했고, 그 억울한 이야기를 공감해주는 독자들이 생겼다.
따로 언론 홍보를 하지 않는 단체로서 오마이뉴스는 든든한 우군이다. 덕분에 올해 박상은씨의 기사를 시작으로 전북 선유도의 제5공진호 납북귀환어부 반공법 조작사건 등을 연재했고, 조작간첩 피해자들의 기억투쟁이었던 '탁본 모임' 시리즈를 내보낼 수 있었다. 더불어 30년간 공안사범으로 몰려 한국에 입국하지 못했던 일본 공무원노조 사람들이 오마이뉴스 기사 덕분에 입국이 허가되는 일도 있었다.
특별히 오마이뉴스에 감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제주의 '수상한 집'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편집국이 펀딩이라는 역제안을 해주었다. 조작간첩 피해자를 기억하고 국가폭력 피해자가 직접 과거를 이야기 하는 살아있는 기념관, '힙한'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어보겠다고 했을 때, 오마이뉴스 편집국은 그 비용을 소셜 펀딩으로 모아보자고 했다.
반신반의 하며 시작한 펀딩에 1200만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이 모였다. 그 성금은 '수상한 집'을 완성하는 소중한 자산이 되어 오롯이 제주에 '수상한 집'으로 탄생했다.
어렵고 힘들고 아무도 들어줄 것 같지 않아 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과감히 시민기자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그 이야기가 몇 명에게 전해지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떠들고 드러내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오마이뉴스 기사는 인터넷 지면에서뿐만 아니라 책, 연극, 창작 판소리, 심지어 기념관이라는 건축물의 형태로도 생산되고 재현된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시민의 상상과 오마이뉴스라는 열린 언론 마당이 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오늘도 불편함을 '노출'하지 못해 홀로 간직하고 있는 당신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 대표기사
[연재]
수상한 집 http://omn.kr/1hsyq
[연재]
탁본에 남긴 잔혹한 기억 http://omn.kr/1m03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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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수상한' 사람들의 든든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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