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조지훈이 태어난 영양군 호은종택.
경북매일 자료사진
영양군은 부정할 수 없는 '문인의 도시'다. 시인 오일도(1901~1946)와 조지훈(1920~1968), 소설가 이문열(71) 등이 모두 영양에서 태어나거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들의 생가는 물론,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자 만든 문학관과 문학연구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00년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옮겨가며 낭송될 작품 '승무'와 '낙화'를 쓴 조지훈은 빼어난 서정시인인 동시에 '선비'였다. 그가 1962년 펴낸 <지조론>은 세태에 쉬이 흔들리지 않고, 언제나 자기중심을 굳건히 잡아가는 지식인의 태도를 담담한 필치로 담아내고 있다. 특히 '선비의 도(道)'와 '민족(民族)의 길' 같은 부분은 반세기가 흐른 지금 읽어도 그 감동이 여전하다.
김소월, 유치환, 서정주 등과 동급으로 평가받는 조지훈의 문학은 "한국 전통의 운율과 고요함의 미학을 현대적 시학(詩學)과 효과적으로 결합해냈다"는 상찬을 받는다. 그는 민속학과 역사에도 조예가 깊었다.
'지훈 시 광장' '조지훈 생가' '지훈문학관' '지훈 시 공원' '시인의 숲' 등이 조성된 영양군 일월면 주실마을은 바로 이 조지훈 시인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이다.
튀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예술적 향취가 배어 있는 지훈문학관을 찾은 날. 시인의 소년 시절을 담아낸 사진과 격동의 역사를 헤쳐 나온 작가의 흔적과 만날 수 있었다. 오래 전 출간된 그의 저서 수백 여 권을 눈앞에서 볼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여동생과 함께 낭송한 '낙화'도 녹음돼 있어 헤드폰을 낀 방문자들의 귀를 즐겁게 해줬다.
오십 살을 채우지 못하고 짧은 시간 세상에 머물다 떠났지만, 그가 남긴 주례사 등의 자필 원고는 조지훈이 '많은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했던 시인이자 선비'라는 걸 짐작케 했다.
문학관을 나와 조지훈이 태어난 '호은종택'으로 향하는 길. 차갑고 매운바람을 잠시잠깐 잊게 해주는 겨울 오후 햇살 한 점이 얼굴을 비췄다. 그건 시인 조지훈이 자신의 고향을 찾은 이에게 내민 손길이었을까.
빼놓을 수 없는 영양군의 또 다른 명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