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처 제도 폐지를 선언한 엄경철 KBS 신임 보도국장(왼쪽 세번째)이 12월 9일 오후 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취재 관행 개혁을 위한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출입처 폐지 논쟁을 중심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조, 한국언론정보학회, 미디어공공성포럼이 공동주최하고, 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실장, 박상규 진실탐사그룹 <셜록> 기자, 엄경철 KBS 보도국장, 정연우 민언련 상임대표(사회), 박영흠 협성대 초빙교수(발제),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이사, 이정훈 신한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김시연
"내년 초 부서별로 20~30%는 출입처에서 자유로운 기자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엄경철 KBS 신임 보도국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취재 관행 개혁을 위한 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해 자신의 '출입처 폐지 선언'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혔다.
엄 국장은 이날 "현재 KBS 취재기자 95%가 출입처 갖고 있는데, 매일 보도자료가 나오면 받아쓰기 수준으로 정리한 뒤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고찰해 당일 바로 뉴스가 나오는 구조"라면서 "부서별로 데일리(일간) 담당, 위클리(주간) 담당, 이슈기획을 전담하는 기자를 만들어 자율적으로 논의해 달라고 제안했고, 자율적으로 안 되면 조직 개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엄 국장은 지난달 보도국장에 임명된 뒤 "반드시 필요한 영역과 역할을 제외한 출입처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때마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를 통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 관련 KBS 검찰 출입기자 보도 문제점을 거론해 논란이 된 상황이어서 더 큰 관심을 끌었다.
"출입처 구조가 심층 보도 방해... 과감한 투자 필요한 때"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과 전국언론노조, 한국언론정보학회, 미디어공공성포럼 등이 공동주최한 이날 토론회 화두 역시 출입처 폐지였다. 사회자인 정연우 민언련 상임대표와 발제를 맡은 박영흠 협성대 초빙교수, 이정훈 신한대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토론자는 엄경철 국장, 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실장, 박상규 진실탐사그룹 <셜록> 기자,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이사 등 현업 언론인들로 구성됐다.
엄 국장은 "출입처 혁파 대신 폐지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현실적으로 출입처에서 자유로운 기자를 좀 더 많이 만들어보자는 것과, 출입처에 나가더라도 출입처 중심이 아닌 사고를 갖도록 화두를 던지자는 것이었다"면서 렌터카 승차 공유서비스인 '타다' 보도 사례를 들었다.
엄 국장은 "타다 논쟁은 단순히 타다와 택시업계 찬반 논쟁뿐 아니라 산업적 측면, 소비자 측면에서 다양한 논쟁 층위가 있는데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는 제도의 찬반만 바라보고 산업 쪽으로는 가지 않는다"면서 "논쟁의 다양성을 추적하기엔 출입처 구조가 답답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엄 국장은 "이런 출입처 구조가 9시 뉴스에 복무하고, 9시 뉴스가 출입처 제도를 강화하는 구조가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왔다"면서 "이런 구조를 탈피하려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영역과 무관하게 한 기자가 깊게, 오래 취재해서 심층 보도로 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한데 현재 출입처 구조가 방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엄 국장은 "부장단에서 출입처를 줄이고 다른 방식의 취재시스템에 공감해도 일선 기자까지 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면서 "KBS는 공영방송이고 구성원 각자의 취재 자율성과 판단이 존중되는 민주적 과정을 통해 작동될 수밖에 없어 제대로 된 대안을 가지고 세팅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고민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엄 국장은 KBS 이사회에 뉴스 콘텐츠 생산에 투자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엄 국장은 "과거 뉴스 콘텐츠는 거의 재원이 투자되지 않고 사람의 힘으로만 만들 수 있는 콘텐츠였다"면서 "깊이 있는 정보를 얻고 깊이 있게 분석하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면 과거처럼 기자 개개인에게 맡기지 말고 주변 전문가 그룹을 취재망에 강하게 결속시켜야 하고 그러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 국장은 "내년 초 출입처에서 자유로운 기자를 20~30% 정도 만들자고 부장들에게 제안했다"면서 "사회부는 이미 출입처 없는 이슈팀이 있고 정치팀도 이달 초부터 출입처 기자 4명을 빼서 순수하게 정치기획, 탐사 보도 하는 팀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엄 국장은 "취재기자들이 막막해한다"면서 "뉴스를 생산하는 데 시간과 품 많이 들고 생산성이 굉장히 낮은 건 잘 알지만 그런 뉴스가 있어야 KBS 뉴스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에 맞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언론사가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출입처에서 나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