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연수구 삼성 바이오로직스(자료사진).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사건의 지류, 증거인멸사건 1심에서 검찰이 공소사실 하나를 빼고는 전부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본류인 회계부정사건에서 더 나아가 사건의 출발점, '이재용 경영권 승계작업'에 이르기까지가 만만찮은 작업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삼성바이오 회계부정사건 관련 증거를 없애거나 감춘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재경팀 이아무개 부사장에게 징역 2년, 사업지원TF 소속 박아무개·김아무개 부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검찰의 삼성바이오 수사를 앞두고 부하직원들에게 증거인멸과 은닉을 지시한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무죄가 나온 공소사실도 해당 직원이 이미 증거인멸을 마음 먹었기 때문에 증거인멸 교사가 안 된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또 가담 정도나 지위 등을 고려해 현재 구속 중인 부사장 세 명에게 모두 실형을 선고했고 이들의 보석 신청을 기각했다. '실행자'격인 백아무개 삼성전자 재경팀 상무와 보안선진화TF 서아무개 상무, 양아무개 삼성바이오에피스 상무는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3년, 이아무개 삼성에피스 부장은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안아무개 삼성바이오 대리는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에 처했다. 네 사람은 모두 80시간 사회봉사 명령도 받았다.
'이재용 승계작업' 공소장에서 지운 재판부
그런데 이날 선고 과정에서 재판부는 직권으로 공소장 일부 문구를 삭제했다. 이 사건의 발단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있다는 부분이었다.
증거인멸 및 은닉(교사 포함)은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애거나 감추는 범죄다. 검찰은 공소를 제기하며 이 부사장 등 삼성그룹 임직원들의 증거를 인멸·은닉하려 했던 타인의 형사사건을 삼성바이오 회계부정사건으로, 그 사건의 배경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 등으로 명시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자체가 확정된 사건이 아니고, 경영권 승계작업도 증거인멸과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9일 재판부는 이 대목에서 사실상 변호인단 손을 들어줬다. 소 부장판사는 경영권 승계작업의 하나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무리하게 추진됐고, 그 결과 삼성바이오 회계부정으로 이어졌다는 내용은 "적어도 증거인멸죄 구성요건인 타인의 형사사건이라고 할 수 없는 기재"라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들의 증거인멸 행위가 있을 당시에는 장차 삼성바이오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관련 부정한 회계처리, 구 제일모직의 자회사로서 삼성바이오 가치평가, 삼성바이오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대해 형사사건 수사가 예측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일단 삼성바이오 회계부정까지만 증거인멸 사건과 연관성 있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아직 기소조차 안 해... 삼성 압수수색만 36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