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집으로 가는 길은 예사롭지 않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너브실 마을 입구 잘 정리된 황토 돌담길을 따라 약 100여 m를 걷다 보면 마을 안쪽 깊숙한 곳에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는 철학자의 집을 만날 수 있다
임영열
월봉서원으로 향한다. 철학자의 마을로 가는 길은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다. 광주광역시에 속하지만 전형적인 시골 마을로 전라남도 장성군과 접해 있다. 마을 이름, 광곡(廣谷)은 넓은 골짜기라는 뜻으로 우리말로 '너부실 마을'이라고 부른다. 행주 기씨 집성촌이다.
앞으로는 장성에서 발원한 영산강의 지류, 황룡강이 흐르고 뒤로는 백우산이 포근히 감싸고 있는 전형적인 배산 임수형의 명당터에 자리를 잡은 마을이다. 잘 정리된 황토 돌담길을 따라 약 100미터 걷다 보면 마을 안쪽 깊숙한 곳에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는 철학자의 집을 만날 수 있다.
호남 성리학의 거두, 고봉 기대승과 광주와의 인연은 기묘사화(己卯士禍)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대로 서울에 살았던 기대승의 아버지 기진(1487~1555)은 그의 동생 기준(1492~1512)이 기묘사화에 연루돼 사사되고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자 남행을 결심한다.
피비린내 나는 사화(士禍)를 피해 정든 고향을 버리고 남쪽으로 내려와 정착한 곳이 광주 소고룡리, 지금의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룡동이다. 기대승의 아버지 기진이 광주에 처음 터를 잡았던 신룡동 용동마을 입구에는 기진의 유허비가 서있다. 고봉 기대승이 태어난 마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