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보 진순신이 쓴 중국시인전에 나오는 두보를 그린 모습
배남효
이 시를 읽으면 두보는 자식이 영특하여 교육을 더 잘 시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을 슬퍼하고 있다. 현대식으로 말하자면 똑똑한 자식을 영재교육이라도 시키고 싶은데 못해서 괴로운 것이다. 말을 배우면서 시를 줄줄 외울만큼 영특한 자식인데, 전란으로 아비구실을 전혀 할 수 없으니 안타까운 것이다.
두보의 자식 사랑에 대한 간절함이 잘 느껴지면서도, 도연명의 자식 사랑과는 많이 달라 비교가 된다. 도연명은 아이를 생긴 대로 내버려두고 키우는 자유방임형인데 비해, 두보는 똑똑한 자식을 더욱 잘 키우는 영재교육형인 것 같다. 시의 대가인 두 사람이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과 교육관이 서로 대비되어 흥미롭다.
여기에 조선시대 병자호란때 남한산성까지 인조를 수행했던 정온(1569~1641년)도 두보에 공감하며 자식에 관한 시를 남겼다. '두보(杜甫)의 견흥(遣興) 시에 차운하다'라는 제목의 시인데, 두보처럼 자식을 돌보지 못하는 아비의 서글픈 신세를 동병상련하고 있다. 전쟁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부모자식을 흩어지게 만들어,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訓謨雙好兒(훈모쌍호아) 훈과 모는 사랑하는 내 아이
不見幾多時(불견기다시) 못 본지가 얼마나 되었더냐
稟質非云魯(품질비운로) 타고난 자질 노둔하지 않은데
趨庭未學詩(추정미학시) 아비의 가르침 직접 못 받았네
愚蒙誰與擊(우몽수여격) 우매함을 누가 깨우쳐 주리
寒餓愧余慈(한아괴여자) 춥고 굶주림 나의 사랑 부끄럽다
論學知行備(논학지행비) 학문을 논함은 지행을 갖춤이요
看書遠大期(간서원대기) 글을 봄은 원대함을 기약함이오
丰容隨日長(봉용수일장) 예쁜 얼굴 나날이 성장하는데
衰鬢逐年悲(쇠빈축년비) 쇠한 귀밑머리 날로 서글퍼
倘有重回日(당유중회일) 만약에 거듭 돌아가는 날 있다면
鹿門携敢遲(녹문휴감지) 녹문으로 가기를 어찌 더디 하랴
세 편의 시들이 모두 자식을 사랑하는 아비의 마음을 표현하는 시이지만, 역시 도연명의 해탈한 듯한 자식을 나무라는 시가 더욱 마음에 끌린다. 잘났든 못났든 내 자식이라 받아들이고 생긴 대로 살아가도록 사랑하면서도, 답답함을 술로 달래는 아비의 모습이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옛사람들이 쓴 시를 통해 언제나 자식교육은 어렵고 부모구실도 힘들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또 자식을 사랑하면서도 그 교육관이 다르게 대비되는 모습이 흥미롭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도연명의 대범한 자식 교육관이 현대를 살아가는 부모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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