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석정큰 나무 아래 포석정의 돌길이 둥글게 위치하고 있다.
배남효
지금은 물이 흐르지 않으니 물길의 바닥은 바싹 마른 채로 흙이 깔리고, 군데군데 이끼마저 퍼렇게 낀 채 세월이 오래 됨을 보여주고 있다. 이 돌로 만든 물길에 물을 흘리고 술잔을 띄워, 술을 마시며 시를 짓는 유상곡수연의 풍류 놀이를 즐겼던 것이다.
유상곡수연은 중국의 명필 왕희지가 친구들과 함께 물 위에 잔을 띄워서 놀던 것에서 유래되었다는데, 술잔이 자기 앞에 오면 시를 읊어야 하고 못하면 벌주 3잔을 마셔야 했다. 아마 지금도 풍류깨나 하는 주당들이 유상곡수연을 하고 싶기도 할텐데, 계곡의 개울에서 비슷하게 해보았으나 이렇게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은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포석정은 물길을 좌우로 꺽어지거나 굽이치게 하고, 또 뱅뱅 돌기도 하게 하는 등 아주 오묘하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술잔의 모양이나 크기에 따라, 또 담긴 술의 양에 따라, 술잔이 흐르는 시간도 달라져 놀이하는 재미를 더욱 돋구었다. 또 술잔은 포석정의 물길을 따라 구불구불, 느릿느릿, 빠르게, 빙글빙글 돌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흘러가 술마시는 풍류를 한껏 높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