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봉에서 제2공항 예정부지를 바라보는 답사단
녹색연합
제2공항 예정지 답사의 첫 일정으로 독자봉에 올랐습니다. 제주 동쪽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쑥부쟁이와 엉겅퀴 얘기를 들으며 오르니 어느새 목적지입니다. 공항 부지를 한눈에 조망하기 위해 만든 전망대입니다. 제2공항 예정지가 펼쳐져 있습니다. 숲, 밭, 아이들, 새, 숨골, 동굴, 오름, 돌, 바람, 바다, 온갖 살아있는 것들이 빽빽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덮입니다.
비행기 활주로가 닦이고, 공항과 건물이 올려집니다. 문득 가리왕산이 떠오릅니다. 빽빽하던 숲이 밀리고 길게 땅이 드러난 모습. 그저 나무가 자리고 숲이 밀렸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어떤 풀, 꽃, 나무가 뿌리내리고 있었는지, 어떤 생명이 숨 쉬고 뛰놀았는지, 그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야 합니다. 오름에 올라 바라본 그곳은 그저 공항 예정지라는 말로 불려서는 안 됩니다. 오름을 부르고, 숲을 부르고, 새를 부르고, 사람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불러야 합니다.
오름은 제주를 제주답게 만드는 대표 자연환경이면서, 또 제주 사람들에게는 삶의 터전 그 자체입니다. 세계에서 단위면적당 오름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 제주입니다. 99년 전수조사 결과로 제주 오름은 368개였지만 개발 등으로 사라지고 훼손되는 오름이 늘고 있습니다. 제2공항 예정지 안에 포함된 오름은 10개입니다. 오름 절취문제로 시끄러워지자 국토부와 제주도는 예정부지 내 오름 절취 계획이 없다고 밝힙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안전을 위해서는 절취가 불가피한 오름이 있습니다. 대수산봉입니다. 답사단을 대수산봉으로 안내한 주민분은 "오름은 손대면 안 되지. 자르는 건 안 되지" 거듭 강조하십니다. 대수산봉을 오르는 길에 공동묘지가 있습니다. 오름 옆에서 나고 자라, 오름으로 돌아간 제주 사람들.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역사와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의 미래가 잘려나가는 것 같습니다.
300개 중 10개니까 괜찮은가요? 10개의 오름 중 단 1개의 오름이라 괜찮나요? 무엇이든 자르고 쉽게 없애는 이들도 내 손톱에 붙은 작은 살점 하나가 뜯기면 아픔을 느끼겠지요. 대수산봉에 오른 답사단은 아픈 마음으로, 간절한 마음으로 외칩니다. "공항 말고 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