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민정 대변인 발언이 언급된 기사 수(11/12~15)
※괄호 안은 사설/칼럼 등 의견기사
민주언론시민연합
고민정 대변인의 발언을 언급한 언론들은 하나같이 부정적인 평가를 했습니다. 그중 가장 기사량이 많았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고민정 대변인의 발언을 '궤변', '착각', '무지' 등의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조선일보는 <만물상/궤변의 용기>(11/13, 김홍수 논설위원)에서 "문 정부는 현대 화폐 이론(※재정적자를 감수하고 통화·재정정책을 통해 완전고용을 달성해야 한다는 이론)에 호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며 "경제를 연구한 경력이 전무한 사람이 어이없는 논리를 방송에서 당당히 펴는 그 '용기'가 어디서 나오는지 의문이다"라고 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사설/ 513조 원도 부족하다는 심각한 재정 중독>(11/13)에서 "무조건 돈을 뿌리고 보겠다는 재정중독증이 심각하다"며 고민정 대변인 발언에 대해 "착각을 넘어 무지에 가까울 정도"라고 평했습니다.
언론들은 왜 이렇게 고민정 대변인의 발언을 침소봉대했을까요? 이 기간 중앙일보의 인터뷰 기사 <시장 기능 무시하는 경제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11/15, 김동호 논설위원)에서는 재미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얼마 전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명예이사장은 '한국경제의 지속번영을 위한 우리의 선택'이라는 책을 내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습니다. 사공일 이사장은 전두환·노태우 정부에서 경제 총 책임자 자리인 경제수석비서관·재무부 장관을 역임한 인사입니다. 인터뷰에서 김동호 논설위원은 이렇게 질문합니다.
"재정중독도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은 '곳간에 작물을 쌓아두기만 하면 썩는다'는 얘기도 했다."
고민정 대변인 발언에 대한 강한 비판을 유도하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사공일 이사장은 이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물론 케인스적 단기 수요 진작을 위해서 재정은 쓸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재정 건전성을 해치고 공급 측면의 경제성장 잠재력과 생산 능력 자체를 저해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일할 의욕을 저해한다든지, 민간기업이 투자를 덜 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나라의 곳간이 비고, 부실해지면 우선 국제 금융시장에서도 돈 빌리기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연일 '궤변', '착각', '무지'라고 한 것에 비하면 굉장히 원론적인 답변입니다. 두 신문들의 경제정책에 대한 논조가 보수 성향 경제학자에 비해서도 굉장히 편향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최소한 언론은 '양손잡이 경제학자'가 되어야 한다
경제 정책에 관한 유명한 일화로 '한쪽 손만 있는 경제학자' 이야기가 있습니다. 미국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경제정책에 관한 조언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경제학자들은 모두 "이 정책을 취하면 이런 효과가 있지만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이라며 다각도로 설명하는 데 불만을 표하면서 "한쪽 손만 있는 경제학자를 데려오라"고 했다는 내용입니다. 경제 정책은 학자들 간 의견의 대립이 크고, 미래에 대한 예측이므로 항상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언론들은 최소한 중립적으로 다양한 견해들을 그 배경과 함께 소개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정파적인 언론들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취재일기/흑자 자신하더니 '역대급' 재정적자>(11/11, 김도년 기자)에서는 "정부가 확장 재정을 강조할수록 시장은 정부가 계속 나서야 할 만큼 미래 경기가 어둡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면서 몇몇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로버트 배로가 주창한 학설로 '배로-리카도 대등정리'라고 합니다. 이 정리는 '경제활동인구 증가율이 0%'라든지 '저축이자율과 대출이자율이 동일해야 한다'라는 등의 비현실적 가정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도 논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들을 설명하지 않은 채 특정 견해만을 확신적 어조로 제시할 때, 언론의 경제 기사는 '한쪽 손만 쓰는 경제학'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앙일보 기자칼럼 <노트북을 열며/ '외팔이 경제학자'를 믿지 마세요>(5/13, 주정완 기자)는 '한쪽 손만 쓰는 경제학'의 위험성을 다음과 같이 지적합니다. 칼럼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있지만 오히려 정파적 언론 스스로에 가장 잘 맞는 비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일 '한편(one hand)'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경제학을 제대로 모르는 얼치기거나 의도적으로 현실을 왜곡하는 사람이다. 경제에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보고 싶은 것만 봐선 문제를 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더 꼬이게 한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11/9~11/15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경제, 한국경제(*지면보도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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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재정이냐, 긴축재정이냐... 재정정책 왜곡하는 언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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