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홍콩 중앙정부청사 앞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이희훈
2019년 여름, 저는 홍콩 민주화 시위 현장 한가운데에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최전방 시위자가 아닌, 시위 뒤편에서 행진에 가담하는 다수의 시민 중 하나였죠. 그때도 사람들이 정말 많이 모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인파 탓에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래서 현장에서 만나기로 한 지인들을 찾고자 돌아다니려던 찰나, 멀리서 찢어질 듯한 비명이 들렸습니다.
"경찰이 최루탄을 쐈다, (인근 주택가 건물 향해) 당장 창문을 닫아라!"
주변이 비명으로 가득 찼습니다. 뒤에서 많은 사람이 제 방향으로 달려왔습니다. 공포감에 휩싸인 저는 뒤를 돌아 정신없이 내달렸습니다. 하지만 최루가스 탓에 두 눈이 마치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껴야 했습니다. 도저히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사람들과 함께 인근 건물로 숨었습니다. 너무 괴롭고 무서웠습니다. 구름 하나 없었던 맑은 여름날, 최루탄에 노출된 제 피부는 마치 불타는 듯했습니다. 그날의 고통과 공포는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나는 분명 전생에 나쁜 짓을 했기 때문에 홍콩에서 태어난 걸 거야." 친구들에게 종종 얘기합니다. 왜 홍콩 사람들은 기본적인 인권도 갖추지 못한 채 태어나야 하는 건지. 왜 우리는 자유라는 당연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야 하는 건지, 왜 우리 중 일부는 민주주의를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에게 잡혀서 고문당해야만 하는 건가 싶어서요.
지난 6월부터 이어져 온 시위 동안 홍콩 시민들이 항상 서로에게 상기시키는 게 있어요. 홍콩에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것이며 지금의 어둠은 머지않아 사라질 거라는 거죠.
하지만 우리는 이 운동을 하는 도중 수많은 시민을 잃었다는 것도 압니다. 현재 상당수의 젊은 시위자들은 법정에 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폭동죄'로 기소돼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또 시위대 가운데 일부는 실종됐고 몇몇은 사망했습니다. 이들 부모 가운데 다수는 여전히 아이들이 시위에서 집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가 영원히 집에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로요.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전 이 운동에 참가할 때마다 두려움을 느낍니다. 혹시나 시위에 참가했다가 의문사를 당하지는 않을까, 체포돼 감옥으로 가게 되지는 않을까 해서요. 시위에서 어떤 폭력도 사용하지 않는 제가 이런 공포를 느낄 정도로, 홍콩 경찰의 잔혹성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시위대만이 아니라, 시민들을 향해 무기를 휘두릅니다. 또, 그들 뒤에 있는 중국이 모든 폭력성을 용인해주고 있습니다.
시위대의 상징인 검은색 복장(검은 마스크, 검은 옷) 규정은 중국에 대한 공포심에서 만들어진 겁니다. 시민들의 신원이 중국에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죠. 해외에 있는 홍콩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점차 이러한 검은색 복장은 홍콩 사람들이 정치적 의사를 표출하는 하나의 수단이 됐죠.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은 거리에서 검은 옷 입은 청년들을 잡고 수시로 심문하기 시작합니다. 가방을 뒤지고 신원을 파악하는 거죠.
홍콩만의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