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도우며 책을 읽어주는 아이들오른쪽에 보라빛깔 옷을 입은 유희가 책을 잡아주고 왼쪽에 분홍빛깔 옷을 입은 수빈이가 책을 소리 내어 읽었다.
변택주
이어 읽은 그림책은 내가 가지고 간 그림책으로 마키타 신지가 글을 쓰고 하세가와 토모코가 그림을 그린 <틀려도 괜찮아> 이다. 이 책은 <내 말 사용 설명서>를 빌려 간 4학년 유희가 책을 잡아주고 <똥! 똥! 똥!>을 빌려 간 수빈이가 읽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는 누구라도 집에서는 이야기도 잘 하고, 유치원에서 발표도 곧잘 했던 아이다. 그러나 학교에 가서 새로이 만나는 낯선 동무들과 낯선 선생님 앞에서는 쑥스러워 몸을 자꾸 뒤로만 뺄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를 나오고 나서 쉰 해가 넘긴 지 오래인데 "아는 사람 손 들어봐", "할 수 있는 사람 나와 봐" 하는 얘기에 가슴이 오그라들던 기억이 생생하다.
멋지게 대답하고 싶지만 틀릴까 봐, 답이 틀렸다고 동무들이 웃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매어 손들기를 망설이는 아이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교실은 틀려도 괜찮은 곳, 틀리면서 답을 찾아가는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어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다독인다.
잘해야 하겠는데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떨거나 틀릴까 봐 떠는 것은 초등학생만 아니라 누구나 마찬가지다. 누구라도 틀릴 수 있으며 틀리면서 배우는 것이니 틀리는 게 마땅하다고 여기는 세상이 온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막상 어버이 처지가 되면 생각이 오락가락한다.
요즘 티비 광고에도 나오는 날개 없는 선풍기를 발명한 다이슨은 종이봉투 없는 청소기를 개발할 때 1,526번 실패하고 1,527번 만에 성공했다고 한다. 틀리는 것을 받아들이고 흔들흔들 틀리기도 하면서 살아도 된다는 학교와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바로 평화로 가는 길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