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제주교육 국제심포지엄에서 기조 강연하는 쿠마리 IBO 회장.
제주교육청
이날 이 교육감은 즉흥적으로 4.3항쟁의 현장 방문을 제안했다. 예정에 없던 일정이지만 '평화 교육'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더 깊이 있게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터였다. 쿠마리 회장 역시 갈등의 역사를 품고 있는 4.3 대량 학살현장 추모에 동의했다. 이렇게 22일 제주교육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IBO 회장단의 섯알오름행이 결정되었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대비되는 섯알오름의 참담한 역사는 방문자들을 숙연케 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의 비행기 격납고로 쓰이던 진지와 4.3항쟁 희생자들을 암매장한 터를 보며 모든 사람이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다양한 국가에서 모인 IBO 회장단은 영문으로 적힌 설명문을 꼼꼼히 읽으며 한 서린 공간의 의미를 되새겼다.
섯알오름을 걸어나오며 IB 회장단은 여전히 갈등에 놓여 있는 한·중·일의 학생들에게 평화를 교육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했다. 3개국 청소년 포럼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특히 IB 관계자 중 일본인인 히사유키 와타나베 씨는 일본이 태평양전쟁 때 만든 군비행기지 격납고를 보며 "한국 IB 학생들과 일본 IB 학생들이 서로 역사를 주제로 토론하고 소통하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쿠마리 회장은 "섯알오름에서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며 "한국 방문 일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진 이날 학술대회 기조강연에서 쿠마리 회장은 4.3항쟁을 언급했다. 그는 IB도 전쟁의 비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획된 프로그램이라며 제주 교육과 IB의 공통점을 알렸다.
"제가 전 세계에서 연설을 해왔지만, 대한민국, 특히 제주도는 더욱 가슴 아프고 숙연해지는 곳입니다. 이곳은 평화가 얼마나 깨지기 쉬운지 가장 잘 나타나는 곳 중의 하나입니다. 4.3 사건과 같은 비극은 폭력과 전쟁이 삶과 정신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잘 드러냅니다. 그러나 불과 몇 십 년 전에 전쟁으로 잿더미가 되었던 곳은 교육이라는 강력한 전략으로 세계에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IB의 교육이념은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쿠마리 회장은 인터뷰, 강연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점을 강조했다. 다른 문화를 인정하는 포용성과 이해력이 IB 교육의 가장 중요한 뿌리라고 주장했다. 쿠마리 회장은 JIBS(제주방송국) 대담에서도 "IB가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평화"라며 4.3항쟁을 겪은 제주와의 연관성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