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 막걸리의 주요 성분표.
류승연
이처럼 동동주와 청주, 막걸리는 모두 한 곳에서 나왔지만, 맛과 도수는 다르다. 완전히 발효되지 않은 상태에서 떠낸 동동주는 알코올 도수가 청주보다는 낮고, 막걸리보다는 높다. 실제로 막걸리의 도수가 평균 6~7도인 반면, 동동주는 10도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겉보기에도 차이가 난다. 동동주는 위에서 떠낸 술인 만큼, 막걸리보다는 맑지만 청주보다는 탁하다.
그럼 엄연히 다른 술인 막걸리에 '동동주'라고 표기하는 이유는 과연 뭘까. <오마이뉴스>가 제조업체에 확인해본 결과, 그것은 단순히 '어감' 때문이었다.
자사의 막걸리 제품을 '동동주'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는 한 주조업자는 26일 통화에서 "동동주가 막걸리보다 어감이 좋아 섞어 쓰고 있다"며 "쌀알이 동동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조업자 또한 "어감이 좋아, 벌써 100년 넘는 기간 동안 (막걸리 대신) 동동주를 이름으로 사용해 왔다"고 했다.
그렇다면 동동주와 막걸리의 표기를 교차해 사용하고 있는 데 대해, 법적인 문제는 없는 것일까?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쪽은 "이름 혼용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같은 날 식약처 관계자는 "우리 법은 성분에 따라 술을 탁주와 약주, 청주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며 "탁주라는 범위 안에 막걸리와 동동주가 함께 속하는 만큼, 두 개 제품의 이름을 교차 사용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 술'이었던 막걸리, 왜 소주에 대체됐을까
동동주와 막걸리 모두 '전통주'로 불리는 만큼 그 역사가 길다. 동동주는 '부의주(浮蟻酒)'라는 이름으로 고려시대로부터 존재해 왔다. 쌀알이 술 위에 떠 있는 모습이 마치 개미가 둥둥 떠 있는 것 같다며 선조들이 붙인 이름이다. 부의주의 존재는 고려 말에 쓰인 '목은집', 조선시대에 적힌 '수운잡방'이나 '고사촬요' 등의 고문헌에 나타난다.
막걸리의 역사는 이보다 더 길다. 삼국사기에 미온주(美溫酒)라는 이름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고려 중기, 한 송나라 사절이 고려를 찾았다 남긴 견문록 '고려도경'에서도 "왕이나 귀족들은 멥쌀로 만든 청주를 마시는 반면, 백성들은 맛이 짙고 빛깔이 짙은 술을 마신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처럼 막걸리는 오랜 기간 대중들이 즐겨 찾던 술이었고, 불과 50년 전까지만 해도 이 같은 분위기는 유지돼 왔다. 2017년 발표된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1966년 막걸리 출고량은 전체 주류의 73.69%에 이르는 등 그해 가장 인기 있는 술로 꼽혔다. 현재 '국민 술'로 꼽히는 소주나 맥주의 시장 점유율은, 당시만 해도 각각 13.97%와 5.92%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