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계사의 가을쌍계사는 서기 857년 도선국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이종헌
진도 여행 3일째, 밤새 가슴을 철렁이게 하던 파도 소리는 온데간데없고, 아침에 눈을 뜨니 바다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혼자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애조띤 음색의 해조곡이다. 방문을 열자 눈부신 아침 햇살과 함께 금빛 바다가 마구 쏟아져 들어온다. 어느덧 나는 부드러운 햇살에 몸을 맡긴 채 금빛 바다 위를 유영하고 있다. 멀리 수평선 위를 떠가는 여객선 한 척만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 줄 뿐이다.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첨찰산 쌍계사와 운림산방 여행에 나섰다. 내가 묵고 있는 금갑리 숙소에서 쌍계사까지는 승용차로 20분이면 충분한 거리임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진도읍까지 나가서 다시 쌍계사 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시간도 네다섯 배가 더 소요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기로 계획했으니, 어쩌랴? 생각을 바꾸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 승용차를 이용해 여행하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가고 싶은 곳만 갈 수 있는 편리함이 있지만, 대중교통은 때로는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볼 때가 있고 가고 싶지 않은 곳도 가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예기치 않은 일들, 여러 가지 돌발상황들이 여행의 재미를 배가한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삶이란 본래 그런 것인가
첫날, 진도터미널에서 자전거를 타고 숙소로 이동할 때였다. 언덕길을 만나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 중에 나는 정말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했다. 큰 게도 아닌 작은 게 한 마리가 도로의 약 3분의 2지점을 지나 이쪽으로 기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차량 통행이 그리 많지는 않아도 그래도 꾸준히 차가 오가는 도로인데 저 어린 게가 목숨을 걸면서까지 도로를 건너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삶이란 본래 그런 것인가? 나는 그 밤, 내내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진도 버스터미널에서 쌍계사 가는 버스에 오르자 승객은 달랑 두 명뿐이다. 억센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중년의 여인은 무슨 사연인지 커다란 여행 가방을 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