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샨티
<변화를 위한 그림 일기>
정은혜
샨티
2017.6.26.
그림을 사실적으로 잘 그리지 못한다면 사실적으로 안 그리면 된다. 선을 똑바로 긋지 못한다면 삐뚤빼뚤 그으면 된다. (87쪽)
왜 이렇게 안 될까 싶을 적에는 문득 멈추고서 생각을 고쳐 보기로 합니다. '스스로 안 되거나 어렵다고 여기니 안 되거나 어렵지는 않을까?' 하고요. '더 그럴듯하거나 보기좋게 되기를 바라는 나머지 안 되거나 어렵지는 않나?' 하고요.
아이들이 어떤 일이 안 되거나 어렵다고 할 적마다 곰곰이 생각하고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너는 오늘 이 일을 무척 잘하지 않니? 그런데 저 일이 오늘 안 된다고 그러지? 그런데 네가 더 어릴 적에는 오늘 이렇게 쉽게 하는 이 일이 너무 어렵고 안 된다고 했어. 저 일도 같아. 안 되거나 어렵다는 생각이 아니라, 그저 가볍게 해보기만 하면 돼. 해내려 하지 말고 그저 해봐."
인간이 인간인 이유는 창조하고 상상하고 표현하기 때문이다. (24쪽)
삶책 <변화를 위한 그림 일기>(정은혜, 샨티, 2017)는 오늘 하루를 언제나 스스로 그리는 길을 들려주려 합니다. 누구보다 이 책을 쓴 분 스스로 '될까 안 될까' 하는 생각을 놓아버리려고 했던 걸음을 들려주려 합니다. 어떤 일을 맞닥뜨릴 적마다 '해낸다'는 생각이 아닌 '해본다'는 생각으로 나아가려고 그림을 그리는 하루를 들려주려 해요.
어쩌면 '그냥 해도 어려운데 그림까지 그리라니 더 어렵지 않나?' 하고 여길 수 있습니다. 맞아요. 그림은 붓솜씨가 뛰어난 사람만 그려야 하는 줄 여길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달리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우리가 그림을 왜 그릴까요? 번듯한 곳에서 내보여서 자랑을 해야 하니 그림을 그릴까요? 비싼값에 팔 수 있는 그림을 그려야 할까요? 화가라는 이름을 얻도록 그림을 그려야 할까요?
인간은 이미지로 상상을 하고, 이미지로 기억을 하고, 이미지로 꿈을 꾼다. (176쪽)
우리 스스로 본 대로 그리면 됩니다. 우리 스스로 느낀 대로 그리면 됩니다. 서른 살 쉰 살 일흔 살 나이에 어린이마냥 삐뚤빼뚤하게 그린다면 부끄러울까요? 부끄러울 일이란 무엇일까요? 예순 살이 되도록 자전거를 못 탄대서 부끄럽지 않습니다. 일흔 살이 되도록 운전면허를 안 땄기에 부끄럽지 않습니다. 이웃집은 몇 억에 이르는 집을 장만해서 산다지만 우리 집은 달삯을 겨우 치른대서 부끄럽지 않습니다.
남하고 대어서 더 나아야 하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지 않습니다. 이웃하고 견주어서 더 좋아야 하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하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를 스스로 즐겁게 짓고 싶기에 그림을 그려요. 오늘 이 보금자리를 알쓸살뜰 가꾸는 기쁨을 맛보려고 돈을 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