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정태현(입영 예정자)씨와 전범선(예비군)씨.
권우성
정태현(이하 정)= "6년 전 유튜브(Youtube)에서 동물권 활동가의 강연을 보게 됐다.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동물들이 어떻게 사육되고 죽임을 당하는지 이전에는 몰랐는데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가령, 우리가 먹는 우유를 보자. 억지로 젖소를 임신시켜 우유를 짜낸다. 송아지는 태어나자마자 인간의 손에 사육된다. 엄마 젖소는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가 죽는다. 인간 때문에 고통당하는 동물을 보면서 혼란스러웠다.
그전까지 나름 다른 존재한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고기를 선택하면서 동물들이 고통을 당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때부터 육식을 그만두고도 살 수 있다면 끊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부터 채식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건강' 때문에 채식을 선택한 게 아니다. 사람이 아닌 동물 역시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을 피하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지니고 있다는 '동물권' 때문에 채식주의자가 됐다. 그럴싸한 말에 속아 넘어간 것은 아닐까. 실천이 어렵지는 않았는지 물었다.
전= "미국에서 대학 다닐 때 채식을 시작했다. 채식 인구가 워낙 많은 나라라 식생활이 어렵진 않았다. 채식 후 체중이 10kg 빠졌으나 곧 정상 몸무게로 회복됐다."
정= "채식을 하면서 만성 비염이 거의 낫게 됐다. 피부도 좋아졌다. 체중도 관리하기 쉬워지고 배변도 훨씬 수월해졌다. 단백질이 부족할까 걱정했는데, 인바디(Inbody 체성분 분석) 측정하면 몸을 써서 먹고사는 동생보다 단백질 수치가 더 높게 나왔다."
가족과 친구 등 주변 반응이 궁금했다. 무엇보다 채식주의자로 사회생활을 하는 게 녹록지 않았을 것 같았다. 이번엔 예상한 답변이 나왔다.
전= "한국에 돌아와 법무부에서 인턴을 했다. 그때는 매일 좌불안석이었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공동체 식문화라 그런지 불편한 상황이 많았다. 가령, 회식으로 고기를 먹으러 가서도 내 눈치를 봤다. '왜 고기를 안 먹느냐'로 시작해 '그럼 내가 고기 먹는 거는 어떻게 생각하냐'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밥 먹으면서 토론할 생각도 없는데 그랬다. 서로 불편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럴 때면 밥 먹다가 배알이 꼴린다. 하하"
정= "집단주의가 강한 일터에서 사회생활을 해본 경험이 없다. 다만, 한 번은 식당에서 볶음밥을 주문하면서 달걀을 빼달라고 했다. 그런데 함께 간 상사가 '달걀 안 먹으면 나 줘'라고 말했다. 달걀 빼달라는 말을 취소했다. 근데, 프라이가 나올 줄 알았는데 달걀에 밥을 비벼서 나왔다. 나도, 상사도 난감했다."
전= "한국엔 고기를 먹어야 정력에 좋다는 근거 없는 미신이 있다. 한번은 김밥천국에 가서 김밥을 시키면서 '햄은 빼주세요'라고 했더니 이모님이 '무슨 남자가 햄을 빼'라며 마음대로 햄을 넣어주셨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인 적도 있었다. 전범선씨는 "명절에 사촌 형들과 밥을 먹다가 '여기 있는 고기가 어떻게 올라왔는지 알고 먹냐"라며 일장 연설을 늘어놓다가 대판 싸웠다. 정태현씨는 "대학 때 교수님과 친구들 앞에서 동물권 발표를 한 적이 있다"라며 "직설적인 말에 듣던 사람들이 화를 냈다"라고 했다.
이번엔 좀더 예민한 질문을 던졌다.
- 편식하면 건강에 안 좋다. 채식도 편식 아닌가?
전= "편식은 영양적인 불균형을 말한다. 채식한다고 하면 밥과 김, 샐러드만 먹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다. 건강 식단을 꾸려서 먹으면 잡식(육식+채식)보다 훨씬 건강에 좋고, 균형 잡힌 영양식을 먹을 수 있다. 물론, 한국에선 채식주의자가 편식을 하게 되는 경향은 있다. 하하"
정= "따져보면 잡식주의자도 굉장히 좁은 범위에서 골고루(?) 먹고 있다. 동물 중에서도 주로 3종류(소, 돼지, 닭)밖에 안 먹는다. 골고루 먹는다고 할 수 없다. 이런 것도 편식이다. 하하"
- 동물해방이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