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그리면 위로와 치유를 받는 것 같아요"

[인터뷰] 서양화가 청유 김주윤

등록 2019.11.21 17:53수정 2019.11.21 18:57
1
원고료로 응원
사진1 ? 서양화가 청유 김주윤 / 이번에 전시 참여 작품 앞에서
사진1? 서양화가 청유 김주윤 / 이번에 전시 참여 작품 앞에서 김태형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409-2 만석공원 내 수원시미술전시관에서 11월19일 화요일부터 24일까지 6일간 열리는 제15회 경기화우회전을 찾았다. 미술심리상담사가 질문을 하고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예술가가 답하는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이다. 청유 김주윤 작가는 경기화우회 회원으로 활동한 지 올해로 15년이 된다. 어떤 일이든 한 분야에 15년 이상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고 귀한 일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주지 않으면서 삶에 집중할 때 우리는 나도 모르는 사이 삶의 목표에 이른다. 작가에게 그림을 그리는 이유와 화가로서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물어봤다.

"어릴 적 부모님을 일찍 떠나보내고 추억과 그리움을 간직한 채 지금까지 살아왔어요. 지금 사랑하는 두 딸아이도 있고 든든하게 지원해주는 남편도 있지만 여전히 참을 수 없는 외로움과 채워지지 않는 갈망이 있어요. 매번 그림을 그릴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나무를 그리면 그런 결핍에 대한 위로와 치유를 받는 것 같아요. 이런 저의 마음이 담긴 작품이 전시회장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허전함, 부족함을 제 그림을 보면서 공감하고 위로 받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사람관계에서 오는 어려움들을 인내하면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가시길 바라봅니다."


이번 전시회에 특히 공들인 작품은 소나무 그림의 제목은 <그리운 것을 그리워하다>이다. 유화 물감으로 여러 차례 색을 입히고 또 입혀서 소나무 표피의 느낌을 현실감 있게 살려냈다. 
 
사진2 그리운 것을 그리워하다 ㅣ 유화  27cm*89.5cm
사진2그리운 것을 그리워하다 ㅣ 유화 27cm*89.5cm 김태형
 
작가는 다양한 그림을 그리지만 소나무, 자작나무, 느티나무를 주로 그린다. 나무는 그린사람의 자기상(自己像 )을 나타낸다. 그린 사람 스스로 마음상태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를 무의식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정신적 성숙도가 표현된다.

청유 김주윤 작가의 그림엔 소나무의 구도에서 주는 느낌은 힘이 있고 역동적이다. 이와 다르게 표피의 표현에서는 수려한 느낌을 받는다. 구도와 표피 표현에서 주는 느낌이 청유 주윤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는 듯하다. 그리움의 갈증들과 삶에서 오는 온갖 고통들을 이겨내면서도 양심을 지키며 살아온 작가는, 한때 상처였던 것들을 이젠 성숙된 마음으로 승화한 아름다운 소나무로 탄생시켰다. 승화된 아름다움은 끝이 아니다.  제목이 '그리운 것을 그리워하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많은 아름다운 작품들이 나오리라 짐작케 하는 단어 선택이다. 

예술가의 시선

그림을 좋아하는 관람자가 전문화가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했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나 완성한 후에 마음에 드는 부분과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에 대해 알고 싶어요."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은 옹이 생채기 부분이에요. 작업과정에서 생채기를 표현하고 드러내기도 하면서 또 감추기도 하면서 이뤄지는 작업들이 뭔가 내 마음을 다스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가운데 희미한 나무에요. 그림의 구도 상 조화롭게 하기 위해 넣었는데 크게 의미를 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워요." 
사진3 ? 마음에 드는 부분 (왼쪽)                            ? 마음에 안 드는 부분 (오른쪽)
사진3? 마음에 드는 부분 (왼쪽) ? 마음에 안 드는 부분 (오른쪽) 김태형
 
나무그림검사에서 나무의 상흔이나 옹이를 아픔과 상처의 기억으로 본다. 대답을 통해서 작가는 그림을 치열하게 그리는 동안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가지고 있는 아픈 기억들을 꺼내고 지우고를 반복했을 거란 것과 그림이 완성된 것처럼 마음의 상처도 아물어간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아플 땐 사람마다 대처하는 방법이 다르다. 회피하기도 하고 맞서 싸우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인간이 가장 아름답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예술작품으로 승화할 때이다. 그리고 그림자체로도 가치가 있지만 그 그림을 보는 다른 많은 사람들이 함께 위로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단하다 할 수 있다. 

또 다른 작품들은 산을 걷다가 하늘을 쳐다보면 보이는 풍성한 나뭇잎사귀 사이로 들어오는 햇볕을 표현한 그림 두 점이 있다.(<기다린다는 것은>) 산을 걸을 땐 넘어지지 않도록 앞을 봐야 할 텐데 왜 위를 쳐다볼까? 그건 아마 우리네 삶의 모습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젊을 땐 인생의 성공을 위해 혹은 살기위해 고군분투하며 치열하게 산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이 들면 들수록 뜻대로 되는 일보다 그렇지 않은 일이 점점 더 많아진다. 힘든 일을 겪는 사이 하나씩 대처방법을 알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삶을 통해서 배우고 삶에서 지혜를 얻는다. 잠깐 멈추는 것도 지혜 중의 하나라는 걸 알게 된다. 길을 걷다 멈추면 걷기에 집중할 땐 못 보던 것들을 볼 수 있다. 청유 김주윤 작가 역시 엄마로서 아내로서 역할하며 살아내기 위해 애쓰면서도 '나는 누구인가?'를 돌아보는 바로 그 시점이 이 그림에서 표현된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사진4 기다린다는 것은 1 ㅣ 유화  99cm × 49.5cm
사진4기다린다는 것은 1 ㅣ 유화 99cm × 49.5cm 김태형
  
사진5 기다린다는 것은 2 ㅣ 유화  99cm × 49.5cm
사진5기다린다는 것은 2 ㅣ 유화 99cm × 49.5cm 김태형
 
모든 그림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설명 할 순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내가 살아온 추억과 기억으로 작품을 보면서 투영되는 것들을 고스란히 가슴에 담는 것이 중요하다. 가슴에 울림이 있는 작품과 마주하면서 가을이 저물고 추운 겨울을 마주한 이 11월에 따스했던 추억의 감정들을 소환하고 그동안 상처받았던 내 마음을 보듬는 시간을 가지길 권하고 싶다. 그 좋은 기회가 수원 만석공원 한 자락에 열렸기에.
덧붙이는 글 심사기간이 얼마나 걸리는 지 알지 못해 2~3일정도 기다렸다가 개인 블로그에 올릴예정입니다.
#청유 김주윤 #서양화가 #경기화우회 #그리움 #수원시미술전시관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그림에세이 작가입니다. 저의 작업의 주제는 '위로와 성장'입니다. 때로는 심리상담으로, 때로는 그림으로, 때로는 글로 이웃과 소통하며 서로 위로와 용기를 주고 받기를 원합니다. 모두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큰 관심을 두고 있어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4. 4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5. 5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