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촌은 역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경북매일 자료사진
옛 정취가 고스란이 남아 있는 소수서원과 선비촌
조선 중기 유림의 거두 주세붕(1495~1554)은 풍기군수를 지냈다. 그가 세운 서원이 백운동서원. 이후 '조선 성리학의 체계를 완성했다'고 인정받는 퇴계 이황(1501~1570)은 왕에게 이 서원에 현판과 서적을 내려줄 것을 청했고, 명종(조선의 13대 왕·재위 1545∼1567)은 퇴계의 부탁을 받아들여 '소수서원'이란 현판과 많은 책들을 선물한다. 더불어 면세·면역의 권한까지 부여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액서원이 된 소수서원은 조선 말기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 때도 건재할 수 있었다.
소수서원을 찾았던 시간은 늦가을 해질 무렵. 바람 소리와 은은하게 풍겨오는 소나무의 향기가 가득할 뿐 서원 주위는 고요했다. 건물 기와에 내려앉은 햇살이 부침(浮沈)을 거듭했던 조선 유림의 역사를 떠올리게 하고 있었다.
세월의 때가 묻은 강학당 툇마루 아래 서니 '사서삼경'(四書三經)을 읽는 젊은 선비들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 같았고, 사방을 둘러싼 은행나무가 노란 옷을 갈아입은 경렴정에선 주세붕의 그림자가 환영처럼 어른거렸다.
어두워지기 전에 바쁜 걸음으로 취한대와 탁청지, 서원의 스승들이 생활하던 일신재 등을 돌아봤다. 물론 '紹修書院'이란 쓴 명종의 글씨와 700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색채가 선명한 '대성지성 문선왕 전좌도(大成至聖 文宣王 殿坐圖)'도 만날 수 있었다.
소수서원을 둘러본 후엔 이곳을 찾는 관광객 10명 중 9명은 찾게 되는 선비촌으로 향했다.
"학문과 예의를 숭상했던 전통을 잇고, 현대를 사는 우리가 계승해야 할 선비정신을 고양시키기 위해 조성한 공간"이라는 게 영주시청 관계자의 설명.
선비촌은 영주 선비들이 실제로 살았던 터전을 복원함으로써 그들의 정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도록 만들어졌다. 고풍스러운 집들과 조그만 마을길이 여행자를 포근하게 안아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은 TV 드라마도 여러 편 이곳에서 촬영됐다고 한다.
'입신양명' '우도불우빈' '수신제가' '거구무안'이라는 유학적 가치에 따라 공간을 구성한 영주 선비촌에선 전통가옥 체험과 예절 교육을 경험할 수 있다.
대장간, 한지공방, 도예촌, 민속공예실 등은 도시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것들이라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에게 인기라고 한다.
시간이 넉넉한 사람이라면 유교와 관련된 각종 유물이 다양하게 전시된 소수박물관까지 방문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