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위에 차려진 고공 농성장. 서상옥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농성장을 홀로 지키고 있다.
이재환
일봉산은 서울의 아차산처럼 야트막하고 낮은 산이다. 참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진 일봉산 숲은 천안 시민들에게는 허파와도 같은 곳이다. 하지만 오는 2020년 7월부터 시행되는 도시공원 일몰제로 인해 일봉산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는 '사업시행이 없는 토지의 사적 이용권을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2000년 7월을 기준으로 20년 이상 개발이 진행되지 않은 도로, 공원, 녹지 등이 도시계획 시설에서 해제되어 개발이 가능해졌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일찍부터 난개발을 우려하며 대책을 요구해 왔다.
충남 천안시에 있는 일봉산에서는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천안시는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응하겠다"며 민간공원특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오는 2020년 도시공원 지정이 종료되는 일봉산이 민간공원 특례사업에 포함되면서 발생했다. 일봉산 절반 이상 허물어지고 그 위에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란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봉산 일대의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일봉산 지키기 주민대책위는 "일봉산 일대에는 민간공원 특례제도에 따라 10~32층 규모의 아파트 34개 동에 대한 건축계획이 진행되고 있으며 일본산의 30%가 콘크리트 건물 아래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천안시의 민간공원 특례제도는 '보존'이 아닌 '개발'을 위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일봉산 개발 추진한 구본영 전 시장은 시장직 상실
설상가상으로 구본영 전 천안 시장은 시장 직을 상실하기 불과 일주일전인 지난 8일, 민간사업자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일봉산 개발을 밀어 붙였다. 하지만 구본영 전 시장은 협약을 체결한 직후 시장직을 잃었다. 대법원(노정희 대법관)은 지난 14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구 전 시장에게 벌금 800만 원과 추징금 2천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일봉산 개발을 강행한 구본영 전 시장은 물러났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일봉산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주민들과 연대 중인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서상옥 사무국장은 지난 13일부터 일봉산 숲속에서 "일봉산 개발을 철회"하라며 '고공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18일 서상옥 사무국장을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 보기 위해 일봉산 농성장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