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철 춘천시 역사문화연구회 사무국장
박상민
강원도 춘천시 '중도'라는 섬에 어린이 테마파크 '레고랜드'가 개발될 예정이다. 레고랜드는 약 1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비롯해 연간 200만 명의 관광객 유입을 이끌어 50억 원에 달하는 지자체 세수증대가 기대된다고 했다. 또한, 춘천의 도시 브랜드 가치가 동반 상승해 관광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전망이라 했다.
레고랜드 조성의 시작은 2011년 외자유치사업부터였다. 당시 외국계 기업 '멀린'과 강원도가 5천억 원의 투자 합의 각서를 작성한 것이다. 그러나 합의 각서는 춘천시 의암호 중도의 부지 28만㎡를 100년 동안 무상으로 넘기는 등 불공정한 조건인 데다 이후 관계자들의 뇌물 비리와 횡령, 회계 부정 등으로 얼룩지면서 개발은 제자리걸음이다. 더욱이 레고랜드 개발사업을 책임질 시공사가 수시로 바뀌며 2014년부터 열린 착공식만 벌써 세 번째다. 준공은 점점 뒤로 미뤄졌다.
지지부진하던 레고랜드 사업이 지난해 가닥 잡히는 듯했다. 강원도 및 영국 멀린과 LL개발(지금의 중도개발공사) 간의 총괄개발협약(MDA) 체결 당시, 운영만 맡기로 했던 멀린이 간접 투자 방식에서 직접 투자로 전환한 것이다. 그러나 강원도와 협의한 건설 규모 관련 투자 비용은 멀린이 개입하며 1500억 원에서 오히려 1000억 원으로 줄었다. 기존 투자 비용을 고려해 800억 원을 부담한 강원도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사업부지인 하중도 주변부지 매각도 해결돼야 하는 상황이다. 하중도 개발 사업은 중도 전체 면적 91만6000여㎡ 중 28만㎡를 대상으로 한 테마파크, 나머지는 유적공원, 컨벤션센터, 주차장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강원도는 하중도 개발 사업 부지를 제외한 잔여부지 37만 8천여㎡를 민간투자자에게 매각해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작부터 레고랜드 사업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숱하게 쏟아지는 상황이다. 현재 레고랜드 개발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MBC <PD수첩> '레고와 고인돌'편에 출연했던 춘천 역사문화연구회 오동철 사무국장을 지난 18일 만나 인터뷰했다.
"지금 멈추는 것이 훨씬 이득... 부채 상환 가능성 희박"
- 춘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레고랜드 중단 촉구 범시민 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에서 최문순 강원도지사, 정만호 경제부지사, 전홍진 전 글로벌투자통상국장 등을 레고랜드 사업 관련 배임 혐의로 춘천지검에 고발했다. 현재 진행 상황은?
"지난 8월 2일 자로 범대위에서 고발했고 검찰에 고발장이 접수된 날짜는 8월 13일이다. 지금도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라 결과에 대해선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나를 포함해 상당수의 사람이 몇 차례 조사를 받았다. 지금 진행되는 내용은 비리나 배임과 관련된 내용이 많고 일부는 사기 혐의인 것으로 알고 있다."
- 레고랜드 사업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어떻게 보나?
"강원도가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할 때 1만 개의 일자리, 연간 5천억의 경제 유발효과, 연간 200만 명의 관광객과 50억 원의 지방세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이 부분은 근거가 없이 발표된 내용이다. 왜냐면 200만 명의 관광객이 온다는 것에 대해 시민단체들과 역사문화연구회에서 의문을 품었을 때, 미국경제협회의 지표를 추정 근거로 제시했는데 이는 상황고려가 전혀 안 된 것이다.
처음부터 강원도가 도민들을 기만했다고 보는 대표적 사례는 레고랜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강원도와 LL개발이 경제적 타당성 분석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원래 이러한 대규모 사업은 경제적 타당성 분석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유일한 분석은 진입 교량을 건설할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에 타당성 분석 의뢰를 했는데 이때 제시된 자료에 의하면, 완공 후 40년 동안 레고랜드에 오는 관광객 수는 최대 187만 명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든다는 것이 분석 결과였다. 강원도는 애초부터 근거가 부족한 관광객 유치에 대한 기대치를 들이댄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부분들에 관한 문제 제기와 사업 중단 요구를 촉구한 것이다. 결국 강원도가 내걸었던 당시 기대효과나 경제 유발효과는 허구에 가깝다. 긍정적 효과는 완공 시 일부 존재하겠지만, 부정적 효과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어 중단하는 게 맞다고 본다."
더 큰 문제는 부채비용이다. 지난 8년 동안 레고랜드 시행사가 은행권에서 빌려온 돈만 2천억 원이 넘는다. 강원도가 보증을 섰지만 토지매입비 700억 원부터 발굴비용 300억 원, 설계 및 기타 운영비용 300억 원, 멀린 지급 비용 800억 원까지 총합이 2100억여 원이다. 빌려온 대출금은 거의 소진돼 하루 2000만 원씩 발생하는 지출비용조차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이다.
더욱이 2013년부터 올해 9월까지 누적된 이자만 해도 무려 250억 원에 이른다. 강원도와 레고랜드 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중도개발공사(전 LL개발) 송상익 대표와 관계자들은 투자한 금액이 상당한 만큼 사업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송상익 대표는 2100억 원이 투자된 만큼 사업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지금 멈추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만약 계속 진행하게 된다고 해도 부채를 상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송상익 대표가 <PD수첩>에서 말한 것 중에 빠진 부분이 있다. 중도의 잔여 부지를 매각한다 해도 그 매각금이 은행에 상환해야 하는 부채 금액과 엮여 있기에 온전히 사업 진행 비용만으로 사용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사업을 진행할수록 빚만 늘어날 뿐, 매몰 비용 때문에 멈출 수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금 중단하고 빚을 어떻게든 갚아나가야 하는 것이 최선이다."
암울한 현실에 가장 먼저 반발한 이들은 바로 시민단체다. 이들은 레고랜드 개발 중단을 주장함과 동시에 강원도의회의 행정사무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강원도는 멀린과 맺은 구체적인 협약 내용을 계약상 비공개로 하고 있어 파문이 커지고 있다.
"문화재를 훼손하면서까지 개발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