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등성이에 뜬 달 날씨가 흐려도 구름 사이로 뜨는 달을 기다렸다.
강대호
나는 그렇게 밤하늘에 빠져갔다. 밤마다 옥상에 나가서 하늘을 보았고 하루하루 달라지는 달 모습을 촬영했다. 달은 처음에는 그냥 빛 덩어리로만 찍혔다. 달 표면의 아름다운 음영을 잡아내기 힘들었다. 그래서 달 사진 잘 찍는 법을 이리저리 찾아보았다.
인터넷과 유튜브에 밤하늘 관찰하는 법과 촬영하는 방법이 많이 소개되어 있었다. 큰 소득이 있었다면 별자리를 알려주는 앱을 알게 된 거다. 그 앱을 열고 핸드폰을 밤하늘로 향하면 그쪽에 어떤 별이 있는지 그 별은 어떤 별자리인지 알려주었다.
나는 거의 매일 밤하늘을 보았고, 달 모습을 찍었고, 별자리를 확인했다. 달이 하루하루 변해간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눈에 띄게 달라지는 건 이번 가을에 처음 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달과 일직선으로 놓인 별 두 개를 볼 수 있었다. 별자리 앱으로 확인해 보니 목성과 토성이 분명했다. 태양계 안에 있는 행성들이지만 쌍안경으로 봐도 그냥 밝게 빛나는 작은 점일 뿐이었다.
그래서 천체망원경을 갖고 싶었다. 토성의 고리를 보고 싶었고 목성의 줄무늬와 위성들도 보고 싶었다. 망원경 자료를 찾아보는 한편 아내의 눈치도 살폈다. 한국의 기혼 남자들이 새로운 취미를 가지려면 가족의 암묵적 동의를 얻어야 하는 법이다.
시중에는 다양한 성능과 가격의 망원경이 있었다. 난 인터넷과 유튜브에 올라온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서 기종을 선택했다. 그리고 나는 밤마다 쌍안경을 가지고 옥상에 나갔다. 9월에서 10월에 걸쳐서 거의 매일 달과 별을 보았다. 나는 아내에게 꾸준히 밤하늘을 볼 거라고 시위를 한 것이다.
그런 절차를 거친 다음에 난 당당히 천체망원경을 주문했다. 물론 내 용돈을 아껴서 지출한 것이다. 다음날 천체망원경이 배달됐다는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집으로 달려왔다. 망원경을 옥상으로 들고 나가는데 가슴이 떨렸다. 난 렌즈 영점을 달에다 맞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