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세계를 이해하다> 책표지.
철수와 영희
저자들은 독일과 일본, 이슬람, 팔레스타인 지역 전문가들과 유네스코 등 국제협력활동가들. 저자 중 한 사람인 이희수(이슬람 문화연구소 소장)씨에 의하면 우리가 이슬람에 대체로 부정적인 것은 "잘 모르는 데다가, 강대국 혹은 서구 중심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말하자면 "그래서 미처 알 기회도 없이 나쁜 쪽으로만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역사 속에 꼭꼭 숨겨진 학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알제리 독립전쟁 시기 자행된 학살이에요. 프랑스를 상대로 알제리는 8년 독립전쟁을 벌입니다. 20세기에 가장 위대한 독립전쟁으로 꼽혀요. 1954년에 시작해서 결국 1962년에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쟁취합니다. 그런데 이 짧은 시기에 무려 200만 명의 알제리인들이 희생당했다고 해요. 그 당시 알제리 인구가 900만 명 정도였다고 해요. 죽은 사람이 그 정도니 부상 당한 사람들은 훨씬 많았겠지요. 심지어 전쟁에서 살아남은 수십만 명은 프랑스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당합니다. 그런 프랑스를 두고 인권과 톨레랑스의 나라라고 말하는 것은 알제리인들이 볼 때 역사에 대한 모독입니다. 그래서 역사를 객관적으로 보려면 공과를 모두 보아야 해요.
더 놀라운 것은, 프랑스 정부가 공식적으로 알제리 독립전쟁 기간 중 있었던 학살을 인정한 게 1999년입니다. 1997년 의회 선거에서 사회당이 승리하고 2년 후 공식적으로 '독립전쟁'으로 인정해요. 그전까지만 해도 알제리 독립전쟁은 테러이자 반정부 소요, 내란이었습니다. 이를 진압하다가 빚어진 불가피한 희생이라는 논리로 대학살의 책임을 회피했던 거예요. 강대국, 지배자의 시각이 이러하다 보니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아요. 식민지배로 희생당한 사람들의 기억과 역사적 관점이 외면당하는 거예요. 문제는 우리가 이러한 강자의 시선으로 세계를 본다는 데 있습니다.-(65~66쪽)
책에 의하면 이슬람이 유럽 여러 나라를 1천 년 가량 지배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배하지 못한 유럽 다른 나라들과 전쟁이 되풀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와 일본처럼 유럽 여러 나라와 이슬람이 앙숙이 될 수밖에 없었고, 유럽인들에게 '이슬람 포비아'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유럽이 중동 지역을 2백년 가까이 점령하는데, 책에 의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비인간적인 폭력이 자행되는(64쪽)' 등 훨씬 잔인하게 통치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프랑스의 알제리 학살처럼.
책의 취지는 이슬람은 물론 오랫동안 국제적 쟁점이 된 분쟁 지역인 팔레스타인, 남북통일을 이야기할 때 종종 힌트로 제시되곤 하는 독일, 풀어야 할 숙제가 산재한 일본 등을 서구 중심적인 그동안의 보편적인 시각이 아닌 우리의 독자적인 시각으로 보자는 것. 그리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자. 그에 필요한 것들을 알아야 한다. 알려주자이다.
책은 유럽에 형성된 '이슬람 포비아' 그 역사적 배경, 이슬람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른 나라를 통해 받아들여야만 하는 한계와 위험성,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때문에 갖게 되는 선입견 등, 이슬람에 대한 객관적 시각과 올바른 이해를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흥미로운 것은, 책에 의하면 통일신라 때부터 적지 않은 수의 이슬람인이 우리나라에 거주하기 시작, 몇백 년 동안 우리와 함께 살았었다는 것이다.
무슬림, 혹은 대식국(만), 회회인과 같은 이슬람 관련 용어나 이야기들이 실록 등에 등장할 정도로, 고려 수도 개경에 이슬람사원인 예궁까지 설치되었을 정도로, 국보 제193호나 보물 제627호, 보물 제635호 등을 비롯한 여러 이슬람 유물이 고분에서 출토될 정도로, 이슬람권 국가였던 페르시아 왕자와 누구라고 추정 가능한 신라 공주의 결혼에 대한 기록물이 영국 국립도서관에 남아 있을 정도로, 오늘날 존재하는 여러 유물에 흔적이 남아 있을 정도로, 아무나 참석 못 했다는 왕의 즉위식(세종대왕의)에까지 초대될 정도로 친밀하며 영향력 있는 존재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