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승차'는 여느 어른한테는 그냥그냥 쓰는 말일 수 있으나, 어린이한테는 쉽지 않습니다. "자전거를 들고 탈 적에는"처럼 수수하게 손볼 수 있습니다.
최종규/숲노래
무리한 승하차는 사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 밀면서 타고내리면 다칠 수 있습니다
→ 억지로 타고내리면 다칠 수 있습니다
버스나 전철에서 사람들이 어찌나 밀고 당기는지 알림글이 곳곳에 붙습니다. 말씨가 살짝 다른 알림글인데 "사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는 무슨 뜻일까요? 이런 알림글을 못 알아볼 어른이 많지 싶은데, 어린이라면 더더구나 못 알아보겠구나 싶습니다.
모름지기 사람들이 많이 모이거나 오가는 곳에서는 알림글을 '다섯 살 어린이도 알아볼' 수 있도록 가다듬어야지 싶어요. 여덟 살 어린이가 알아보지 못한다면 한글을 읽었어도 뜻을 어림하기 어렵다면, 잘못 붙인 알림글이라고 느낍니다.
요즘 나라밖에서 찾아온 일꾼이 많아요. 한국말이 아직 서툰 여러 나라 이웃님도 '일본 한자말로 범벅질인 알림글'은 알아보기 어려워하겠지요.
보행환경 개선사업
→ 거님길 손질
→ 거님돌 새로놓기
걸어다니는 길바닥에 깔았던 돌을 뜯어내어 새로 까는 일을 지켜보다가 옆으로 한참 돌아서 갔습니다. 마침 이 삽질을 알리는 판이 한쪽에 섰더군요. 알림판에 적힌 글을 읽다가 피식 웃었습니다. "보행환경 개선사업"이란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붙인 이 삽질이란 무엇일까요?
짐짓 부풀린 듯한 이런 말씨는 이제 걷어낼 때이지 싶어요. 말에 낀 거품을 걷어내고, 갖은 삽질에 흐르는 찌꺼기도 털어낼 때라고 느낍니다. "거님길을 손봅니다"라든지 "거님돌을 새로 놓습니다"처럼, 어떤 삽질을 하는가를 꾸밈없이 밝히면 되어요.
잠시 후 도착합니다
→ 곧 옵니다
→ 곧 들어옵니다
때때로 아이들하고 서울마실을 하노라면 아이들이 매우 힘들어합니다. 너무 많은 사람으로 북적대기에 힘들어할 적도 있지만 서울 곳곳에 나붙은 알림글이 너무 어렵거나 아리송해서 힘들어해요.
아마 어른한테는 "잠시 후 도착"이 익숙할 수 있어요. 워낙 이곳저곳에서 이런 말씨를 자주 쓰니까 그러려니 하고 지나칠 수 있습니다.
알맞거나 바르지 않은 정치나 행정을 알맞거나 바르게 가다듬어야 아름답다면, 알맞거나 바르지 않은 말씨도 알맞거나 바르게 가다듬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일본 것 안 사기" 바람이 부는데요, 이런 일본 것 안 사기 물결을 말할 때 왜 일본 한자말인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나 "NO JAPAN"처럼 영어로만 말해야 할까요? "일본 것 안 살래"나 "일본 싫어"나 "일본 저리 가"처럼 한국말로 먼저 제대로 밝히고서 영어를 곁들이면 좋겠어요.
전동차 내 자전거 휴대승차 안내문
→ 전동차에서 자전거를 들고 타려면
→ 전동차에 자전거 들고 타신 분한테
알림글은 알리는 글입니다. 사람들이 바로 알아보도록 이끌 글입니다. 사람들이 쉽게 알아보면서 그때그때 맞추어서 움직이도록 도울 글입니다. 일제강점기에 스며들어 여태 똬리를 튼 숱한 일본 말씨를 제대로 뿌리 뽑을 수 있기를 또는 새롭게 손질하거나 추슬러서 한국말로 곱고 알뜰히 보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