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복구양봉업을 하는 박달원 씨는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집을 산불로 잃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했으나 벽의 단열재가 모두 녹아 어쩔 수 없이 집을 헐어내고 새로 지어 방에 온돌을 깔고 시멘트로 일차 미장을 한 상태로 한 잘 정도 뒤엔 입주를 할 수 있다.
정덕수
최초 발화지점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성천리에서 양봉업을 하는 박달원(83세)씨의 경우엔 적게라도 화재보험을 들어 둔 덕에 성금을 포함한 보상금을 합해 단열재가 모두 녹아 불가피하게 지은 지 얼마 안 된 주택을 철거하고 신축공사를 하고 있다.
박씨는 올해 꿀을 수확하지 못했다고 한다. 벌을 30여 통 구입해 다시 양봉업을 시작했으나 이미 봄꽃 철이 끝난 뒤였고, 한전을 상대로 이웃들과 함께 힘겨운 투쟁을 하다 보니 제대로 벌을 돌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떨어지면서 대청봉엔 희끗희끗한 잔설이 찾아왔다. 겨울이 목전에 당도했음을 알리는 요즘, 박씨가 집을 짓다 중도에 공사비를 마련하기 어려워 작업을 중지한 사연과 함께 하소연해 온다.
"취재해 가면 보상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나요? 그러지 말고 어떻게 국민 성금을 개인이 직접 받거나 아니면 계좌번호를 하나 만들어 모금할 수 있게 알리는 방법은 없나요?"
오죽 답답하면 이런 말을 할까 싶다. 매정하게 들리겠지만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이번 산불을 기억하게 만들기 위해 알리는 일은 할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런 대답을 할 때만큼 난감하고 어려운 노릇도 없다.
모든 이재민이 어떻게든 빠른 복구를 위해 다양한 의견을 낼 수는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오해가 발생해 불편해지는 일만큼은 피해야 한다.
깊은 밤은 오히려 평온하다. 해 질 무렵 저 멀리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이 스멀거리는 때가 오히려 더 심란한 법이다.
겨울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일이 많은 지금 이 시기가 가장 심란하고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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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에 잔설 쌓이는데... 고성산불 이재민들은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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