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양갈래머리
이안수
서울에 살고 있는 아내가 내가 상주하고 있는 파주로 퇴근했습니다. 열흘만입니다.
눈에 익지 않은 아내의 모습이었습니다. 오랜만의 대면 때문인가 싶었는데 미소를 머금은 아내가 물었습니다.
"양갈래 머리가 어때요?"
그때야 그 낯선 모습이 양갈래로 묶은 헤어스타일 때문임을 알았습니다.
집정리를 마친 뒤 아내가 갈래머리를 한 이유가 궁금하지 않냐며 목욕탕에 간 얘기를 꺼냈습니다.
"동네사람에게 오래된 목욕탕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지난 토요일에 그곳엘 갔어요. 걸어서도 갈만한 거리였어요."
"쌍문동에는 아직 목욕탕이 있단 말이오?"
나는 집에 샤워시설이 없던 시절 출입하던 높은 굴뚝의 옛 목욕탕을 상상했습니다.
"3층짜리였는데... 간판은 목욕탕이 아니라 사우나라고 붙었던 것 같네요. 1층에 남탕, 2층에 여탕, 3층에 찜질방으로 된 꽤 큰 곳이었어요."
뭉친 근육을 풀기에는 역시 목욕탕만 한 곳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곳에서 두 분의 할머님을 뵈었어요. 제 옆에서 때를 밀고 계신 할머님이 계셨는데 어찌나 야무지게 밀든지... 연세를 물어봤어요. '맞춰봐!' 하시길래 '여든이요' 했더니 아흔셋이라고... 평소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아들이 태워다 주는데 참을 수가 없어서 혼자 오셨데요.
'참 정정하시다'고 칭찬을 드렸더니 저희 뒤쪽의 할머니를 가리키면서 '저분은 100세야. 월요일마다 오시는데 오늘 오셨군. 나는 다리가 좀 안 좋고 저분은 귀가 잘 안 들려'라고 하시더라고요. 100세 어르신은 한 아주머니께서 씻어드리더라고요. 딸인지 며느린지는 여쭈어보진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