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자연과생태
우리 신혼집에는 또 다른 손님이 있었다. 남편이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지회에서 다치거나 아픈 새를 구조하는 일을 하면서 방 하나는 새들이 차지했다. (22쪽)
나와 남편은 (백록담에서) 딱새를 보자마자 놀란 듯 서로를 쳐다보았다. 육지에서는 여름에 흔하게 번식하지만 제주도에서는 겨울에나 보이는 새인데 여름에 여기서 뭐하나 싶어서였다. (225쪽)
우리 집 아이들은 이제 아버지한테 굳이 저 새가 어떤 이름이냐 하고 안 묻습니다. 새마다 어떤 이름인지 알기에 안 묻는다 할 수도 있고, 아이들 스스로 이름을 알아내는 길을 익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새를 알려주는 도감은 많지 않지만 드문드문 나왔습니다. 저 스스로 새를 반기기도 하고, 이웃은 새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궁금해서 새 도감을 하나하나 장만했고, 이제 아이들은 새 도감을 늘 끼고 살면서 그림이나 사진하고 눈앞에서 마주하는 새하고 맞대곤 해요.
큰아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두 눈으로 보는 새를 스스로 공책에 그리고, 도감에 나온 모습도 공책에 옮깁니다. 스스로 볼 적하고 '다른 사람이 그린 모습이나 찍은 모습'을 낱낱이 살필 적에는 다르면서도 새롭게 배우는 대목이 있어요. 스스로 더 알아보는 대목을 느끼고, 스스로 미처 못 본 대목을 느낍니다.
이미 제주도의 팔색조 서식지가 농경지 개간이나 골프장 개발 등으로 눈에 띄게 줄고 있다. (142쪽)
숲책 <제주 탐조일기>(김은미·강창완, 자연과생태, 2012)는 어린이한테는 만만하지 않다고 할 테지만, 아이들은 이 책도 즐겁게 읽었습니다. '저 어른들은 새를 어떻게 어디에서 만나려고 했을까?' 하는 실마리를 들여다본다고 할 만합니다. 어른으로서는 새 한 마리가 마을이며 나라에 얼마나 살뜰한 동무요 이웃인가를 새삼스레 헤아리는 길잡이책이 될 만합니다.
새를 지켜본 이야기 가운데 제주로 좁힌 <제주 탐조일기>입니다. 2012년에 나온 책이니, 꽤 묵은 셈이지만, 2012년에 벌써 이만 한 삶길을 걸은 분이 있다는 뜻이요, 그때에 진작 이만 한 책을 여민 일꾼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전남 순천 갈대밭이나 늪에 '새를 보려는 마음'으로 멀리서 비행기를 타고 찾아오는 여러 나라 이웃이 꽤 많습니다. 제주에도 오직 새를 보려고 찾아오는 여러 나라 이웃이 퍽 많다지요.
갑자기 고함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두리번거리니 흑고니를 찍고 있던 그 기자가 흑고니를 날아오르게 하려고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헤엄치는 모습만 카메라에 담았던 터라 비행하는 모습까지 찍고 싶어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다 … 따끔하게 충고하려고 그 기자 쪽으로 걸어가는데, 고함을 쳐도 날지 않자 이제는 돌멩이를 던졌다. (155쪽)
나라나 지자체에서 곰곰이 생각할 노릇입니다. 관광시설이나 놀이시설이나 골프장을 엄청난 돈을 들여서 때려짓기에 여러 나라 사람들이 찾아가지는 않습니다. 그저 숲을 숲대로 건사하고 늪을 늪대로 돌보며 골짜기랑 냇물을 골짜기랑 냇물대로 아낄 수 있다면, 이곳은 새한테 아름다운 보금자리가 되어요. 새한테 아름다운 보금자리가 되면 숲결(생태계)이 살아나고, 숲결이 살아난 터에는 갖가지 새를 비롯해 우리 마음을 틔우고 열어 주는 뭇숨결을 만나기에 좋습니다.
다만 시끄럽게 찾아가면 안 되겠지요. 사진기를 너무 들이대어도 안 되겠지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다든지, 자동차로 함부로 밀고 들어가도 안 될 테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