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일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중증 장애인 기무라 에이코(木村英子) 의원이 질의하는 모습.
교도통신갈무리
지난 5일, 일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풍경이다. 중증 장애인 기무라 에이코(木村英子) 의원 순서가 돌아왔다. 그는 "장애인 입장에서 질문하겠다"라면서 말문을 열었다. 비서는 곁에서 질문지를 넘겼다.
기무라 의원은 휠체어에 누워 30분 동안 질의했다. 장애인에게 불편한 공중 화장실을 문제 삼았다. 기무라 의원은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로 입성했다. 함께 배지를 단 같은 당(레이와 신센구미) 후나고 의원도 루게릭 병 환자다. 일본 국회에 중증 장애인이 입성하기는 처음이다. 이들로 인해 활발한 장애인 관련 입법이 기대된다.
당장 일본 국회는 본회의장에 휠체어 공간을 만들고 턱을 없앴다. 작은 변화지만 상징적이다. 현대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다. 나를 대신할 정치인을 국회로 보내는 것이다. 당연히 다양성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직업, 연령, 성비는 물론이고 소수자까지 골고루 대변하는 게 핵심이다.
"한국엔 왜 검찰 출신 국회의원이 많나요?"
얼마 전 일본에 거주하는 지인이 물어왔다. '대한민국에는 왜 검찰 출신 국회의원이 많냐'고. 실상을 들여다본 결과는 놀라웠다. 일본은 중의원·참의원 713명 가운데 검찰 출신은 3명이다. 반면 20대 대한민국 국회는 296명 가운데 17명(2019년 11월 기준)이 전직 검사다.
713명 대 3명(일본 0.42%), 296명 대 17명(한국 5.74%)이다. 비율로 따지면 우리가 일본보다 검찰 출신 국회의원이 13배 이상 많다. 일본 검찰은 옷을 벗으면 정치판을 기웃거리지 않는다. 반면 한국 검찰은 국회의원을 성공한 삶으로 인식한다. 우리 국회에 법조인 진출이 많은 이유다. 판사·변호사까지 확대하면 한층 도드라진다.
현재 20대 국회에서 법조인(판사·검사·변호사) 출신은 51명이다. 검사 출신 17명을 비롯해 판사 출신 13명, 변호사 출신 21명이다. 전체 비율은 17%다. 직업 정치인(83명·28%) 다음으로 많다. 의원 6명 중 1명꼴로 법조인이다. '법조 국회'라는 말은 틀린 표현이 아니다.
우리나라 인구는 5162만 명인데 그중 법조인은 3만4709명(0.06%)이다. 그런데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은 17%다. 법조인 출신이 과대 대표됐다는 증거다.
역대 국회도 마찬가지다. 17대 18%, 18대 20.4%, 19대 14.3%의 비율을 기록했다. 매 국회 회기마다 10명 중 1~2명 정도는 법조인이라는 이야기다. 18대 국회는 10명 가운데 2명이 법조 출신이었다. 대기업 사외이사도 법조인 전성시대다. 기업의 방패로 법조인이 쓰이고 있다. 전체 사외이사 가운데 39%가 관료 출신인데 그중 검찰 출신(43명·17%)이 국세청을 제치고 가장 많다. 검사와 판사를 합하면 28%에 달한다.
국회와 기업은 밀접하다. 국회는 입법을 통해 기업 이익을 통제한다. 창출된 이익 일부는 국회로 흘러가기도 한다. 작가 조정래는 소설 <천년의 질문>에서 이런 실상을 묘사하고 있다.
국회, 재벌, 언론이 삼각편대다. 이러니 국회가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는 곳인지 묻고싶다. 법조 출신 의원들은 대부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활동한다. 20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은 18명이다. 판사 출신 여상규 위원장을 포함해 법조 출신은 9명이다. 민주당 간사 송기헌 의원, 한국당 간사 김도읍 의원은 검찰 출신이다. 사법개혁이 안 되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는 이들도 많다.
특정 직업군으로 채워진 국회는 '민의의 전당'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