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서 '자유한국당 교육정책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2019.11.12
연합뉴스
"정치 노리개교육을 했다."
최근 '혁신교육 공격' 논란을 빚은 서울 인헌고 학생수호연합과 일부 우익단체가 주장한 내용이다.
"최근 인헌고 사태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듯이 전교조의 횡포에 교육현장이 이념과 정치에 물들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2일 교육정책을 발표하면서 던진 말이다. 그는 "교원이 이념·정치편향 교육 등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면 처벌하는 조항도 신설할 것"이라고도 했다.
'정치편향교육 처벌 조항 만든다'는 황교안 대표, 외국에서는...
하지만 인헌고 사태에 대한 서울시교육청과 인헌고 자체 조사 결과는 "정식 수업에서 정치교육 관련 강제 주입은 없었다"는 것이었다. (관련기사
"주입이라 보기 어렵다" 인헌고 특별감사 안 할 듯 http://omn.kr/1llg6)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학교에서 정치교육은 어떠해야 하며, 교사는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독일과 유럽연합(EU) 등 교육선진국들은 어떨까? 인헌고 사태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정치역사교육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방침을 세운 서울시교육청도 외국 사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보이텔스바흐 합의'로 잘 알려진 독일은 중고교에서 정치교육 교과를 필수로 정해놓고 있다.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정치역사교육을 할 때 학교와 교사들이 지켜야 할 3가지 원칙에 대한 합의를 뜻한다. 제1원칙은 '강제 교화 금지' 원칙, 제2원칙은 '사회 논쟁에 대한 교실 속 논쟁 재현' 원칙, 제3원칙은 '학생 이해관계 존중' 원칙이다.
'보이텔스바흐 합의' 정신에 따른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구체적 실천방안연구(연구책임자 장은주 영산대 교수) 보고서에 따르면 이 합의를 심층 연구한 파일 박사 등 외국 교육학자들은 교사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스스로 비정치적인 교사가 정치교육을 할 수는 없다.
-교사들도 자기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낼 수 있다. 단, 개인적인 숙고과정의 결과임을 분명히 하고 불확실성 또는 수정의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만약 학생들 사이에서 민주주의의 근본 원칙이나 기본권이 침해되는 현상이 문제되지 않고 그대로 있다면, 교사는 단호하게 명확한 입장을 취할 의무가 있다.
독일에서 정치교육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일뿐더러, 교육과정에서 교사의 정치적 입장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때 강압을 하거나 수정의 가능성이 있음을 부정해서도 안 된다. 또한 학생이 민주주의와 인권 같은 기본권과 관련된 내용을 잘못 판단한다면 단호하게 명확한 입장을 나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논문에서 연구진은 "(독일에서) 교사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잘 드러냄으로써 학생들에게 한 사람의 어른이자 시민으로서 정치적 인간이 될 수 있는지 모범을 보일 수 있다"면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그것을 수업에서 논쟁적이고 성찰적으로 다루는 것은 그 자체로 결코 학생들에 대한 교화의 시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