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환경단체가 제2공항 건설사업의 불법성과 환경파괴 등을 들어 정부에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정대희
그러던 중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보고 너무 놀라 믿어지지 않았다. 우리가 어렵지 않게 발견하고 새소리까지 녹음했던 두견이, 팔색조, 긴꼬리딱새 등은 언급조차 없고 장마철 습지마다 가득했던 수많은 맹꽁이는 예정지에서 2km 떨어진 해안 부근에 몆 마리 서식하는 것으로 나와 있었다.
전문가들이 왜 이리 허술하게 조사했을까? 우리 같은 문외한도 나갔다 하면 발견하는데... 그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조류 조사의 경우, 문헌조사와 3차례의 현지조사(1차 : 2017년 9월 18~19일, 2차 : 2018년 1월 13~15일, 3차 : 2018년 2월 6~8일)를 실시한 결과를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 제시한 것을 확인했다. 이렇듯 겨울철인 1월, 2월에 2박 3일 조사했고 9월 하순에 1박2일 조사한 것이 전부였다. 실제로 새소리를 많이 확인할 수 있는 5~7월엔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그러니 우리 주민들이 쉽게 확인하고 녹음했던 두견이, 팔색조, 긴꼬리딱새, 맹꽁이 등을 전혀 발견하지 못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다.
또한 조류연구가 주용기 전북대 교수의 보고서에 따르면 조류 종별로 이동 시기, 번식 시기를 잘 파악하여 조류조사를 진행해야 하고, 제주도에 내려 앉지 않고 공항 건설 예정지 위의 상공으로 지나가는 새들도 조사해야 하는데 이런 조사도 하지 않았다. 철새도래지인 하도리, 종달리, 오조리 해안이 공항 건설 예정에서 가깝기 때문에 비행기와 조류의 충돌가능성이 커져 비행기 안전상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조사가 거의 없다.
이렇게 허술한 환경영향평가가 아무 제지 없이 환경부 심의를 통과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이제까지 조사했던 모든 자료와 새소리, 맹꽁이 소리 녹음 동영상, 주용기 교수 보고서를 환경부에 보냈다.
그러나 지금은 환경부가 국토교통부에 무엇을 요구했는지 알 수 없다. 우리가 염려하는 것은 환경부의 형식적인 문제제기로 국토교통부의 제2공항 강행에 면죄부를 주게 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이 정도로 허술한 환경영향평가가 아무런 제지 없이 통과된다면 우리 환경에 미래는 없다.
우리는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원칙만 지켜달라는 것이다. 환경부에서 제주 제2공항을 당장 중단시키기는 어려워도 새와 맹꽁이들의 번식기인 늦봄까지만이라도 보완 조사를 요구해야 한다.
도민공론화 거부는 민주주의 하지 않겠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