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국 국방비의 부문별 구성비 비교(단위 : %) 각국 국방비의 부문별 구성비 비교(단위 : %)
박기학
<표1>을 보면 국방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나라들은 모두 무기(장비)도입비가 10% 대 아니면 20% 대이다. 무기현대화가 늦은 중국의 경우만 무기도입비가 30% 대이다. 국방선진국들은 무기도입비보다는 인건비와 운영유지비에 국방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한국의 무기도입비가 30%를 훨씬 넘는 것은 우리 군대가 질적 발전을 꾀하기보다는 각 군이 고가의 첨단무기를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데 따른 결과로, 국방예산의 비효율성을 보여주는 것일뿐 선진국방과는 거리가 멀다.
많은 무기체계도입 사업들이 한국방어를 뛰어넘는 것들이어서 사업목적이 정당성을 갖지 못하고 있기도 하지만 심한 사업중복으로 예산낭비가 우려된다. F-35A 도입, F-X 2차(F-35A 추가도입) 2404억 원, KF-16성능개량, KF-X(보라매) 1조403억 원, FA-50양산 사업 등이 동시 진행 중인데 이들 전투기 도입사업은 대표적인 중복사업이다.
전투기는 남한이 질적 우수성에서 북한과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양적으로도 남한이 525대로 북한의 465대보다 많다(<2019년 밀리터리 밸런스>). 무분별한 전투기 도입사업은 세금 낭비다. 한국형 기동헬기(수리온) 후속 양산사업 6419억 원과 상륙기동헬기(마린온) 2489억 원, 대형공격헬기(총사업비 1조9845억 원), 대형기동헬기 2차 사업(총사업비 1513억 원)도 과잉 중복사업이다. 헬기전력은 남한이 680여 대로 북한의 290여 대(<2018년 국방백서>)보다 압도적인 수적 우위에 있다. 이들 헬기도입사업들은 대북 공세적인 작전수행을 위한 것이어서 정당성도 없다.
대미 종속을 심화시키는 예산
2020년 무기도입비(방위사업청) 예산은 16조6915억 원인데 이 중 해외무기도입 예산은 38억5741만 달러(4조5903억 원, 외화예산 기준환율 1190원 적용)이다. 해외무기도입 예산은 FMS(미정부와의 계약방식) 25억 6635만 달러(3조540억 원)를 포함하여 84%(3조8559억 원) 정도가 미국무기구입이라고 보면 된다. 이에 내년도 방위사업청 예산의 23.1%가 미국에 지급된다. 우리 국방예산은 미국 퍼주기 예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운영유지비(전력유지비)의 내역을 보면 내년도 해외정비비는 1조 3508억 원(11억3513만 달러)이다. 해외정비는 거의 미국에서 행해지므로 해외정비비 역시 대부분 미국에게 돌아간다.
미국에서 도입되는 무기를 보면 F-35A(1조7957억 원), F-X 2차 사업, 대형공격헬기(AH-64E) 1억4000만 원, 글로벌호크(1억1000만 원), KF-16 성능개량 2805억 원, 해상초계기 7679억 원, 해상작전헬기 2298억 원, 함대공유도탄(SM-2) 706억 원, 중거리 공대공유도탄 203억 원, 패트리어트 PAC-3유도탄 717억 원 등이다. 이들 무기들은 북한을 공격하기 위해 필요한 무기들이자 중국 등 주변국을 상대로 공격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무기체계들이다.
미국무기도입은 재정적으로도 큰 압박이면서 군사전략과 작전·군수의 대미 종속을 피할 수 없게 한다. 이 점에서 내년도 국방예산은 주권국가로서의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대미 종속을 심화시키고 북한 및 주변국과의 군비경쟁을 초래해 우리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
2조 원이 훨씬 넘는 주한미군 주둔비 직접지원 예산
무기도입비나 해외정비비 외에도 내년 국방예산에는 주한미군 주둔에 따라 한국이 지불해야 하는 많은 경비가 운영유지비(전력유지비)에 포함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방위비분담금이다. 방위비분담금은 내년 예산이 2019년과 똑같이 1조389억 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 예산은 잠정적인 것이어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방위비분담 협상 결과 방위비분담금액이 증액되면 더 늘어날 수 있다.
내년도 방위비분담금액은 한미가 합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가 임의로 예산을 편성한 것이므로 예산 편성 자체가 불법이다. 방위비분담금은 불법적인 집행이 다반사로 행해지고 있다. 군사건설비가 평택미군기지이전비로 사용되는 것, 방위비분담 예산이 해외주둔 미군 용도로 사용되는 것, 불용액이 국고로 환수되지 않는 것 등이 그 예다. 국회가 방위비분담금이 해외주둔미군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고 불용액이 생기면 국고로 환수할 것을 요구하는 부대의견을 채택했지만 이것이 내년에 지켜지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해외주둔미군에 대한 방위비분담금 지급이 방위비분담 특별협정과 한미소파,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인데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은 한미연합연습비용, 전략자산전개비용, 미군순환배치 비용 심지어는 미 군무원 및 주한미군 가족 지원까지 요구하고 있다. 국회가 헌법상의 권한인 예산심의결정권과 우리 재정주권을 지키고 방위비분담금의 불법적 집행을 막기 위해서는 불법 편성된 내년도 방위비분담금을 삭감해야 한다.
이밖에도 미군기지이전사업비(특별회계에 편성되어 있으나 운영유지비로 볼 수 있다) 6997억 원, 주한미군 점유 사유지 매입·사용료 81억 원, 연합지휘통신체계 사용료 207억 원, 한미연합연습비용 부담금(워게임모델 사용료) 20억 원, 카투사운영비 200억 원(추정치) 등이 있다.
타 부처의 주한미군 지원예산으로는 2020년 행정안전부의 미군기지관련 지자체 지원예산(토지매입비 지원 등) 824억 원, 환경부의 미군기지 및 주변지역 환경조사비 70억 원이 있다. 중앙부처와 별도로 시군구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주한미군 지원예산(토지매입비, 반환공여구역개발, 주변지역지원)도 있는데 2155억 원(2019년 예산임)이다. 방위비분담금 1조 389억 원을 포함해 이들 예산을 합치면 2조 943억 원이다.
국회에 바란다
내년도 국방예산의 대폭 증가는 그 어떤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내년도 국방예산의 대폭 증가는 비대한 군조직의 슬림화와 국방 문민화, 국방예산의 효율화를 표방하는 국방개혁에 정면으로 역행하며 서민복지와 교육, 경제를 희생시킨다. 또 내년도 국방예산 대폭 증가는 남북관계를 해치고 주변국과의 불필요한 군비경쟁을 야기한다. 미국으로부터의 과도한 무기도입과 해외정비비의 미국 편중은 우리 재정에 큰 부담이 되지만 군사전략적으로나 작전적으로 대미 종속을 구조화한다.
국회는 내년도 국방예산을 철저히 심사하여 방만하게 운영되는 장성과 고급장교 인력을 과감히 줄여 인건비를 절약하고 궤도를 벗어난 국방개혁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또 국회는 군인연금의 특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여 국가재정 압박을 줄이고 군인의 2직급 높은 대우와 같은 불공정한 특혜를 폐지하여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국회는 특히 불법적으로 편성된 방위비분담 예산을 삭감해 국회의 헌법적 권한인 예산심의의결권을 지키고 내년도 방위비분담금이 방위비분담 특별협정과 한미소파를 위배해서 결정될 경우 이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한미당국에 보여주어야 한다. 또 국회는 북을 선제타격하고 중국 등 주변국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들의 사업비를 과감히 삭감하여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평화에 역행하지 않는 국방예산이 되도록 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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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게 바란다, 이 예산은 과감하게 깎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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