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3차 태극기 집회 풍경.
김종성
요즘은 광화문광장의 전광훈 목사 쪽으로 청중이 많이 모여들지만, 153차례(11월 9일 기준)나 대규모 집회를 이어왔을 정도로 우리공화당은 탄탄한 청중 동원력을 갖고 있다.
또 1월 23일자 <오마이뉴스> 기사
'대한애국당이 정당후원금 1등 맞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정치후원금 모금 능력도 갖고 있다. 2017년에 우리공화당(당시 명칭은 대한애국당)은 5억 4649만 원을 거둬, 1등인 정의당(6억 5410만 원)에 뒤지고 3등인 더불어민주당(5억 1059만 원)에 앞서는 성과를 냈다. 또 2018년 상반기에는 민중당(11억 5559만 원)과 정의당(7억 7058만 원)에 이어 2억 7587만 원으로 3위를 기록했다. 한편, 한국당은 중앙당후원회가 없어서 집계되지 않았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지정돼 있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국당 말처럼 진보 정당만 득을 보는 게 아니다. 전국적으로 표가 분산돼 있는 이념 추구형 정당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어느 정도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우리공화당 같은 극우 성향의 이념형 정당도 당연히 득을 볼 수 있다. 아직 정치적으로 조직화되지는 않았지만 전광훈 목사 집회에 모이는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기독교계 극우 정당이 생긴다면, 그런 정당 역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
물론 우리공화당은 패스트트랙 안건의 통과를 반대하지만, 선거제가 개혁되면 이들은 군중 동원력과 후원금 모금 능력에 더해 유리한 선거제도의 이점까지 누리게 된다. 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과 통합했을 경우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불확실한 데 반해, 지금대로 그냥 갈 경우에는 적어도 한동안은 극우정당의 대표성을 유지할 수 있다. 황교안 대표가 웬만한 '선물'을 제시하지 않고는 이들의 관심을 끌기 힘든 이유다.
우리공화당의 무기가 하나 더 있다. 한국 현대사에 기원을 둔 무기다. 2월 21일자 <오마이뉴스> 기사
'태극기와 한국당의 만남... 극우 등장의 숨은 공식'에서 설명한 것처럼, 1894년 동학혁명과 1945년 일제 패망 때 한국에서는 민중 권력에 의해 정치체제가 바뀔 뻔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극우세력이 1894년에는 일본군, 1945년에는 미군의 힘을 빌려 극력 저지한 끝에 민중의 권력 장악이 저지됐다.
이처럼 극우세력이 두 차례나 대승리를 거뒀는데도, 한국 현대사에서는 극우정당이 단 한번도 선거에 승리한 적이 없다. 우리공화당에 국회의원 2명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의원이 된 상태에서 그리로 당적을 옮겼을 뿐이다.
선거에서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을 정도로 극우세력의 정치화가 미약했던 것은, 극우적 성향의 독재정권들로 인해 별도의 극우정당이 억제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권은 헌법상으로는 민주공화국 체제와 국민주권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마치 전제군주정처럼 국민을 억압하고 통치했다. 이들은 실상은 극우세력이면서도 겉으로는 중도보수인 듯이 행동했다. 이런 속에서 별도의 극우정당이 '눈치 없이' 등장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권은 나치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했던 방식을 모방했다. 반공 수호라는 명분 하에 이른바 '빨갱이'들을 지목하고,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대중의 불만과 증오를 이들에게 유도하는 방식으로 외형상의 국론 통일을 달성하고자 했다.
이처럼 극우인 듯 아닌 듯한 집단이 오래 집권했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한국인들은 극우적 통치방식을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고 있다. 개중에는 향수를 느끼는 이들까지 있다. 이런 정서를 가진 유권자의 숫자가 아직도 적지 않다는 점은 우리공화당한테는 희망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정서를 활용하고자, 태극기 집회의 식순에는 이승만·박정희·박근혜 3위에 대한 경례가 있다. 또 반공이념을 찬미하고 주사파 척결을 외치는 목소리가 집회에서 나오고 있다. 과거에 성공을 거둔 방식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과거에 매몰된 우리공화당을 상대로 황교안 대표는 "과거로 돌아가는 통합이 아니라 미래로 향하는 통합"을 하자며, 상대방이 귀담아 듣지 않을 제안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극우' 내세우는 건 시대를 역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