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성당비셰흐라드의 중심에 있는 역사적인 건축물이다.
노시경
마치 아름다운 정원같은 묘지의 작은 문을 나오자 두 개의 첨탑이 돋보이는 검은 성당이 눈 앞을 가로막았다. 비셰흐라드의 역사적인 건축물인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성당(Basilica of St. Peter and St. Paul)이다. 무려 11세기에 지어진 성당이었으나 화재로 전소된 후, 19세기 후반에 네오고딕 양식으로 새롭게 건축된 성당이다.
오랜 세월의 비바람에 산화된 대성당은 마치 흑색을 칠해놓은 듯이 까맣다. 성당의 복원 당시에 만들어진, 쌍둥이 같이 똑같이 생긴 첨탑은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를 의미하고 있다. 성당 전면의 첨탑 사이를 보면 그리스도 옆에서 성경과 열쇠를 들고 있는 조각상이 바로 성 베드로이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조각상 아래에 화려한 황금빛 원색으로 장식된 모자이크화에는 키릴(St. Cyril)과 성 메소디우스(St. Methodius)가 담겨 있다. 그리스 출신의 이들 형제는 현재 러시아 문화권에서 사용하는 키릴 문자를 만든 선교사들이다.
이 키릴 문자는 여러 슬라브 민족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슬라브 민족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다. 성당 외부의 전면에 유독 눈에 띄게 원색으로 장식된 모자이크화를 봉헌한 것만 보아도 체코인들이 그들을 얼마나 존경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대성당 파사드의 아치형 정문 위에는 그리스도와 열두 제자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수염이 치렁치렁한 열두 제자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모습이 너무나 사실적이다. 열두 제자의 아래에는 날개 달린 천사가 우뚝 서서 사람들을 인도하고 있다.
천사의 왼쪽에는 풍요로운 천국이 묘사되어 있고, 그 오른쪽에는 괴수들 사이에서 괴로움을 표현한 지옥이 묘사되어 있다. 하느님과 천사를 바라보던 당시 사람들의 종교관이 이 아름다운 조각상에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마치 그 당시 정신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성당 뒤편 공원 잔디밭에는 여러 개의 조각상이 있는데, 원래 프라하의 팔라츠키(Palacky) 다리 위에 있던 조각상들이다. 2차 세계대전 중 파손이 되어 수리를 하면서 이 공원에 옮겨진 조각상들이다. 체코의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이들 석상들을 둘러보다 보니 세개의 기둥이 원뿔 형태로 세워진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었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성당'의 신부님이 어느 날 악마와 내기를 하였는데, 신부님이 설교하는 동안 악마가 이탈리아 성모 마리아 성당의 기둥을 이 성당으로 옮겨오면 악마가 이기는 내기였다. 그런데 이를 안 성 베드로가 악마를 세번이나 방해해서 악마는 내기에서 지고 말았고, 화가 난 악마는 가지고 왔던 기둥 3개를 이 공원에 던져버렸다고 한다. 허구의 전설이지만 주체적으로 문화유산을 건립해 온 체코인들의 자존심이 느껴지는 전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