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우당 안채. 소우당은 소우 이가발이 19세기 초기에 지은, 중요 민속문화재 제237호로 지정(2000)된 전통 가옥이다.
장호철
의성으로 귀촌한 벗에게서 산운(山雲)마을 소우당(素于堂) 정원에서 전통 혼례 시연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보름쯤 전이었다. 그가 "소우당 알지?" 하고 물었는데, 물론 나는 단박에 어느 겨울날에 그와 함께 들렀던 산운마을과 소우당을 떠올렸다. 그려, 그런데 정원은 잠겨 있어서 담 너머로 곁눈질만 했지.
의성군 금성면 산운마을의 전통가옥 소우당
400년 이상을 이어온 영천 이씨 집성촌 산운마을은 경북 의성군 금성면 산운 1리에 있다. 2016년 2월, 근처 초전리에 사는 벗과 함께 마을의 고가 몇 군데를 둘러보고 소우당에 들렀을 때 정원은 굳게 잠겨 있었다. 나는 담 위로 사진기를 들이밀고 사진 몇 장을 찍는 거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지난 9일 오후에 소우당을 찾으면서도 나는 전통 혼례 시연보다는 정원 구경에 마음이 가 있었다. 벗이 괜찮은 정원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내로라하는 정원으로 경북에도 영양 서석지(瑞石池)와 봉화 청암정(靑巖亭)이 있지만, 담양 소쇄원이나 명옥헌 같은 원림을 먼저 보아버린 초심자의 눈에는 정작 '영남 최고의 명원(名園)'이라는 수사가 썩 살갑게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소우당은 현 소유주 이견의 7대조 소우 이가발(李家發, 1776~1861)이 19세기 초기에 지은, 중요 민속문화재 제237호로 지정(2000)된 전통 가옥이다. 안채는 1880년대에 개축하였는데, ㄱ자형 안채와 ㄴ자형 사랑채가 안마당을 감싸고 있어 튼 입구(口) 자형 구조였다.
그러나 여러 해 전 큰 사랑방 뒤에 이어진 작은 사랑방이 태풍 피해로 철거되면서 현재는 ㄷ자형의 평면으로 바뀌었다. 사랑채 앞에 일자형의 문간채가 있고 집의 서쪽에 별도의 담장을 둘러 원림(園林)을 조성하였는데, 내가 보지 못한 곳은 바로 그 정원이었다.
사랑채에서 정원으로 통하는 협문(일각문)으로 들어서자마자 나는 내가 만날 풍경이 예사롭지 않으리라는 걸 단박에 눈치챘다. 소나무, 향나무, 대나무, 상수리나무, 산수유나무, 측백나무가 어우러진 작은 숲속에 단풍나무가 은은한 붉은 등불을 켜고 있었던 까닭이다. 이후 한 시간 남짓 정원 곳곳을 돌며 그 풍경을 렌즈에 담으면서 나는 연신 탄성을 내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