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면담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극우파가 한국을 싫어한다는 것은 이미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 한국인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아베가 한국을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무너뜨리려는 의도까지 갖고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9월 출간된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에서 그 같은 우려를 접할 수 있다.
나치 독일 당시 아돌프 히틀러는 소수민족인 유대인에 대한 분노를 조장해 독일 국민을 통합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외침략에 나섰다. 유대인을 희생양으로 삼는 전략을 구사했던 것이다. 호사카 유지는 유사한 현상이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한다. 아베 정권이 등장할 무렵인 2005년경부터 두드러진 혐한 분위기는 재일 한국인을 희생양 삼아 국민 통합을 이루려는 극우파의 전략을 반영한다고 염려한다.
그는 극우단체인 '재일 한국인의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모임(재특회)'의 혐한 활동을 소개한 뒤 "이것을 보면 재특회를 비롯한 일본의 혐한 세력들이 나치 독일과 똑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하면서 2016년 3월 18일 민주당 아리타 요시오 의원이 참의원 회의 발언을 인용했다.
"2013년 2월 17일 도쿄 신오쿠보에서 열린 혐한 시위에서는 그들의 플래카드에 집단 학살을 상기시키는 혐한 표현들이 많았다. 지역에서도 나치 독일의 하켄크로이츠를 들고 시위를 하는 모습을 전국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가스실을 만들라'라는 말까지 외치고 있었다. 오사카의 츠루하시에서는 '츠루하시 대학살을 하자'라고 당시 열네 살의 소녀가 외치고 있었다."
독일인들은 유대인들에게 광기를 쏟아부었다. 그런 광기가 2005년 이후의 혐한 시위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호사카 유지가 지금의 일본을 나치 독일에 비유했던 것이다.
호사카 유지는 일본이 나치 독일을 닮아간다는 또 다른 증거로 아베 신조의 권력 강화를 예시했다. 나치 독일의 권력이 히틀러에게 과도하게 집중됐듯이, 네 번째 임기를 맞이한 아베 신조한테도 권력이 지나치게 모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보여주는 현상 중 하나로 호사카 유지는 이른바 안보법제 일원화를 제시했다.
안보법제는 자위대법·주변사태법·국제평화협력법 등을 하나로 묶는 개정법인 평화안전법제정비법에 국제평화지원법이라는 신규 법률을 덧붙여 지칭하는 표현이다. 안보법제 체계화로 권력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모습이 히틀러를 연상시킨다고 호사카 유지는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1945년 8월 15일 패망의 날을 묘사한 한도 가즈토시의 역사소설 <일본의 가장 긴 날>에서 아래 대목을 인용했다.
"(히틀러는) 국가에 반역하는 사람들을 철저히 탄압할 수 있는 몇 개의 법률을 하나로 묶어 '민족과 국가의 보호를 위한 대통령령, 독일민족에 대한 배신적 책동에 대한 대통령령'을 제정했다. 그렇게 하여 국민들에게 위기를 부추기고 공산주의자를 일소한 뒤 1933년 3월에 바이마르 헌법에 구속되지 않는 무제한의 입법권을 인정하는 전권위임법을 정식으로 의회에 제출했고 다수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렇게 하여 나치의 독재체제가 완성되었다. (중략) 이는 마치 10개의 법제를 묶은 일본의 현재의 안보법제를 보는 것 같다."
일본 극우파, '한국인 동조자' 입을 빌려 역사 미화
이렇게 일본 극우파는 히틀러를 연상시키는 방법으로 권력을 집중시키며 재일 한국인들을 탄압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모든 한국인과 척을 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한제국 멸망 이전의 일본제국주의자들이 그랬듯이, 현재의 일본 극우파는 '한국인 동조자'들을 지원하고 이들의 입을 빌려 일본제국의 역사를 미화하고 있다. 재일 한국인과 한국 국민들을 적으로 돌리면서도 한국인 동조자들을 잊지 않고 챙기고 있는 것이다.
영국과 친한 사람은 친영파이고, 미국과 친한 사람은 친미파이고, 중국과 친한 사람은 친중파다. 그런데 한국인 동조자들은 혹시라도 그런 식으로 불릴까봐 우려한다. 그들은 다른 한국인들이 자신들을 그렇게 부르면 법적 대응을 불사한다. 그들은 그렇게 불리는 것이 인격적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그들을 쉽사리 그렇게 부르지 못한다.
1956년생인 호사카 유지의 국적은 대한민국이지만, 한국에 거주한 것은 32세 때인 1988년부터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것은 47세 때인 2003년이다. 프로필에서 느낄 수 있듯이, 그는 일본인들이 한국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를 잘 알 만한 입장에 있다.
그런 그의 글에 한국인 동조자들을 과감하게 규정하는 표현이 쓰였다. 한국인 동조자들이 "나를 그렇게 부르면 고소하겠다"고 할 때의 그 표현이다. 책에서 호사카 유지는 일제 강점 이전에 일본이 친일파를 양성해 대한제국을 무너트린 일을 설명하면서 "최근 비슷한 현상이 되풀이되기 시작했다"고 말한 뒤 "신친일파들이 한국 사회를 침식하기 시작해 이미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