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섬 가운데 네 번째로 큰 섬인 강화도는 나지막한 산과 산 사이에 제법 넓은 들판이 있다. 강화도에서 나는 쌀 품종은 대략 세 가지. 일본에서 육종(育種)한 고시히카리, 추청과 국내 육성 품종인 삼광이다.
김진영
가을에 가장 맛있는 것은? '쌀'이다
가을에 가장 맛있는 것은? 질문을 던지면, 익히 들었던 식재료를 이야기한다. 가을 전어, 가을 낙지, 대하를 비롯해 과일 좋아하는 이들은 사과나 배, 밤, 감을 이야기할 것이다. 24년차 식품MD인 필자는 서슴없이 답한다. 가을에 가장 맛있는 것은? '쌀'이다. 사실 가을 전어가 맛있다고는 하지만, 필자 생각은 다르다. 전어조차 맛이 드는 계절이 가을이라 생각한다.
제법 큰 섬인 백령도에서도 쌀은 나지만 섬에서 소비할 정도다. 전국 섬 가운데 네 번째로 큰 섬인 강화도는 나지막한 산과 산 사이에 제법 넓은 들판이 있다. 강화도에서 나는 쌀 품종은 대략 세 가지. 일본에서 육종(育種)한 고시히카리, 추청과 국내 육성 품종인 삼광이다.
삼광 쌀은 1989년 육종을 시작해 2003년에 품종을 등록했다. 삼광 쌀은 충남, 충북, 경기 지역에서 가장 인기있는 쌀 품종이다. 오대쌀 품종이 일조량이 적은 강원도 풍토에 맞듯이 삼광은 경기권에 딱 맞는 품종이다. 경기권에서 재배한 삼광 쌀이 일본 품종인 고시히카리보다 밥맛이 좋다는 평이 많다.
밥맛을 평가하는 기준에는 몇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쌀 전분의 일종인 아밀로스 함량으로 밥의 차진 정도를 평가한다. 아밀로스 함량이 높으면 밥맛에 차진 맛이 떨어진다. 동남아에서 먹는 인디카 쌀의 아밀로스 함량이 20%가 넘는다. 반면 우리 입맛에 맞는 자포니카 종의 쌀은 아밀로스 함량이 17~19% 정도다.
맛있는 쌀은 쌀포대에 품종 이름이 하나만 있다. 쌀 포대 표시에 품종명 대신 '혼합(미)'라고 표시되어 있는 것이 있다. 혼합미는 가격은 싸다. 가격이 싼 이유는 오래 묵은 쌀, 가공용 쌀, 밥맛이 떨어지는 다수확용 등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개정된 양곡 표시법에 따르면, 혼합미의 경우 혼합 비율을 표시해야 한다. 단일 품종 쌀과 혼합미는 20kg 포대 기준으로 만 원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 한 끼 기준으로 쌀 가격을 계산하면 단일 품종하고 혼합미하고 한 공기당 100~200원 차이다. 3인 가족 기준으로 한 끼에 껌 한 통 값 차이지만 밥맛은 차이가 크다.
서해 북단의 바다는 수온이 낮다. 가을이 오면 아침에는 시원한 바닷바람이, 저녁에 골짜기 바람이 강화도에 분다.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고, 벼는 쌀알에 단맛을 채운다. 곧 닥칠 서리와 겨울을 대비하는 것이다. 강화도에는 섬 쌀을 파는 곳이 많다. 섬 쌀 브랜드만 보지 말고 품종명이 '삼광'인지 확인하는 게 더 맛있는 쌀을 고르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