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직원들과 단체사진.
차노휘
"오늘 다시 한번 해봐요. 내가 보고 싶어서 그래요."
조나단은 내 배영에 여전히 관심을 두었다. 그렇지 않아도 재시험을 봐야 한다. 전날 불합격했지만 나는 자신감으로 충전되어 있었다. 만일의 사태도 대비하고 싶었다. 10분 44초가 걸렸다. 조나단에게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재시험 봐야 해요. 그런데 선생님, 11분 통과 어때요? 그래도 합격하는 걸루다?"
"알았어요. 한 가지 영법이니 그렇게 할게요."
의외로 조나단은 넉넉했다.
이렇게 해서 조나단 교육 다이빙 중간 쉬는 시간에 수영 시험을 보게 되었다. 조나단뿐만 아니라 줄리아, 규, J가 해안가 카페에 서 있었다.
나는 전날처럼 실수하지 않기 위해 미리 100m 끝나는 지점 부표가 있는 카페 포인트 형상물을 기억해뒀다. 방향을 잘 잡아야 했다. 믿는 것은 그동안 하이킹으로 단련된 다리 힘이었다. 팔 동작도 하다가 말았다. 다이빙하느라 입으로만 호흡해서 손동작할 때마다 짠물이 입으로 들어왔다. 순전히 발차기로만 100m 거리를 4번 왔다 갔다 했다.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서 잠깐 몸을 뒤챘을 뿐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알 수 없었다. 마지막 피니쉬 라인에 도착하고 멈췄을 때 저 멀리 줄리아가 팔로 하트를 그린 것이 보였다. 통과했다는 뜻이다.
나는 궁금했다. 통과하긴 했는데 11분 안인지 10분 안인지. 1분 벌어놓았지만 10분 안이어야 내가 만족할 수 있었다. 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물었다.
"선생님, 몇 분 걸렸어요?"
줄리아는 오랫동안 미소 짓더니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9분 55초!"
"와우! 5초 벌었네요? 제가 정당하게 통과한 거죠?"
나는 '정당하게'에 힘을 주었다. 다른 DMT보다 나이가 두 배 정도 많았다. '나이 찬스' 같은 것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정정당당하게 겨뤄 합격한 것이다. 내가 방방 뜨자 조나단도 거들어줬다.
"DMT 수영 테스트에서 한 가지 영법으로 통과한 사람도 처음이네요. 그것도 배영으로다."
SDI는 PADI와 달리 영법을 따지지 않는다.
나는 이렇게 해서 다이브 마스터가 되기 위한 모든 테스트를 마무리했다. 그동안 했던 마음고생들. 견디니깐 견뎌졌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합격할 것이라는 것을 애초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담담해졌다. 또 다른 도전 항목을 기다리기라도 하듯 나는 다음 일정을 점검했다.
늦은 오후 갑자기 다이빙 센터 안뜰에 하얀 포말 눈이 내렸다. 나는 센터 대표와 미팅을 잡았다. 언젠가는 이곳에 다시 올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때, 센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소년이 어엿한 다이버로 자랐으면 싶었다. 나는 그를 후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