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감독은 7일 정의당 미래정치특별위원회 위원장 직함을 달고 공식적으로 현실 정치에 발을 디뎠다.
남소연
장애인 가족 당사자인 장 감독에겐 현 상황의 문제와 해결책이 뭔지 명확하게 보인다. 장애 정책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것이 바로 핵심이다. 장 감독은 인터뷰 내내 "불행이 아니라 불평등으로, 관점을 바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지난해 청와대에서 발달장애인 대책 발표를 하면서 제 동생과 저를 초청했었다. 그때 처음으로, 정부가 장애인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낙후돼 있다는 걸 느꼈다. 대통령부터 장관을 비롯한 관료들까지 장애를 불평등의 문제가 아닌 불행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장 감독의 자리는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 바로 옆이었다. 그는 옆자리에 앉아 내내 고민했지만 결국 하지 못했던 말이 있었다고 했다.
"정책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 장애를 불평등의 문제로 보면 평등한 방향으로 가자고 할 수 있지만, 불행의 눈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지금은 장애를 사회적 구조의 문제가 아닌 개인에게 귀속된 불행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이 헛돌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는 "장애인과 난민, (사회가 규정하는) 정상의 기준에서 벗어났다고 이야기되는 사람들은 매번 '나중에'라는 말을 들으며 희망고문을 당하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매 정부마다 늘 선거 때만 호명되고 정작 정책 우선순위에서는 밀려나는 사람들이 있다. 빈곤층, 장애인, 우리와 다른 인종, 난민들이다. 그렇게 희망고문 당하는 사람들, 사회의 가장 연약한 사람이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그런 사회는 다른 모든 연약한 인간들의 존엄한 삶도 보장하는 사회가 되지 않겠나. 치매에 걸렸다고, 가족이 아프다고 존엄을 포기하는 게 당연한 일인가?그렇지 않다고, 그렇지 않을 방법이 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저는 정치가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권은 부재를 통해서 그 존재를 드러낸다
이제 장 감독은 '정치인'이 됐지만, 그의 변하지 않는 정체성은 발달장애 동생 혜정씨의 '둘째언니'다. 정치를 시작하기 전 장 감독은 동생에게 의견을 물었단다.
"'혜정아, 언니 국회의원 될까?'라고 물었다. 그런데 별로 관심이 없더라(웃음). 혜정이는 자기 자신에게 관심이 아주 많고 제 인생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하하. 혜정이도 아마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동생은 제게 잔소리를 좀 그만하라고 하는데, 제가 정치를 하면 바빠질 테고 자연히 잔소리를 적게 할 테니까."
장 감독이 그리는 꿈은 크다. "장애가 있든 없든 누구나 지역사회에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게 사회를 바꾸고 싶다. 동생이 언니를 잘 만나서 운 좋게 '탈시설' 한 사람으로 남지 않았으면 한다"는 꿈이다. 그는 "장애인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장 감독이 위원장을 맡는 미래정치특위 또한, 장애와 기후변화·4차산업으로 인한 변화 등 미래와 관련한 폭넓은 의제를 다룰 예정이다.
장 감독은 인터뷰 내내 '존엄'이란 단어를 강조했다. 누구든 '존엄'있게 사는 삶,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10조가 현실이 되는 세상을 꿈꾼다. 인권침해로 인해 인권위에 진정되기도 했던 장애인 거주시설, 그러나 대안이 없어 그 곳에 갇혀 있어야 했던 동생을 바라보며 '존엄'이라는 단어를 깊이 고민했던 탓이다.
"'인권은 부재를 통해서 그 존재를 드러낸다'는 말을 좋아한다. 존엄을 확실하게 잃어본 사람들은 그게 뭔지, 뭘 잃어버렸는지 안다. 주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죽음, 존엄을 지키는 데 기여하고 싶다. 가능한 그 한 사람이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저는 장애인 인권운동을 통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선출직 공무원인 국회의원이 된다면 장애인 가족만을 대변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을 차별하는 국민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 또한 제가 대변할 국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면서, '차별 없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곤궁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던 정치인', 나중에 그렇게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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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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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죽을 순 없잖아"...'둘째언니' 장혜영이 정치를 시작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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