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에 쌓인 수많은 주검들. 전두환 전 대통령이 합천에서 기릴만한 사람이라면 저 사람들은 다 죽어 마땅한 사람이라는 말인가요?태극기에 쌓인 수많은 주검들. 전두환 전 대통령이 합천에서 기릴만한 사람이라면 저 사람들은 다 죽어 마땅한 사람이라는 말인가요?
5.18기념관 자료집에서
전두환과 신군부 반란세력은 하나같이 피에 굶주린 흡혈귀들이었다. 광주에서 이미 그만큼 피를 흘렸으면 누군가는 재진입을 만류했을 법도 한데 그런 자는 없었다. 권력이 눈앞에 보이는 데 놓칠 수는 없다는, 그동안 권력 맛에 길들여진 '정치군인들'의 속성이었다.
흡혈귀들의 광주재진입 음모가 진행되고 있을 즈음 광주의 도청 상황실에서는 오후 1시경부터 도청수습대책위원회가 열렸다. 여기서는 계엄사에 대한 몇가지 요구사항이 결정되었다.
첫째, 금번 광주사태에 대하여 정부당국은 일부 불순분자들인 폭도의 난동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현 광주학생은 전 시민의 의지였으므로 폭도로 규정한 점을 사과하라.
둘째, 이번 사태로 사망한 사람들의 장례식을 시민장으로 하라.
셋째, 5ㆍ18사태로 구속된 학생 시민 전원을 석방하라.
넷째, 금번 사태로 인한 피해보상을 전시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라. (주석 6)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계엄분소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럴 의지도 없거니와 권한이 없었다. 모든 지침은 신군부 수뇌부에서 하달되었기 때문이다.
23일 오후 전두환은 특전사령관 정호용에게 '자필 메모'를 써서 주면서 광주에 내려가 소준열 전교사령관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광주 재진입 작전과 관련해서 "다소의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광주사태를 조기에 수습해 줄 것"을 당부한다는 메시지였다. 이 메모에는 또한 "공수부대를 너무 기죽이지 마십시오"라는 말도 적혀 있었다. 황영시 참모차장도 전교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서 희생이 따르더라도 사태를 조기에 수습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방침은 확고했다.
시민들과의 협상을 통해 평화적인 해결책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시민들의 희생'을 전제로 조속한 '유혈진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신군부가 이렇듯 강경 일변도로 나간 이유는 광주의 시위가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지 못하면 최종 목표인 '집권'은 어그러지게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주석 7)
주석
4>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엮음, 『12ㆍ12, 5ㆍ18실록』, 300쪽, 1997.
5> 황석영 외, 앞의 책, 319~320쪽.
6> 윤재걸, 앞의 책, 123쪽.
7> 황석영, 앞의 책, 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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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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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다소의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광주사태를 조기에 수습해 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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