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색을 보는 닐 하비슨
Lars Norgaard
마침내 한계의 장막을 뚫고 총천연색으로 가득 찬 세상으로 걸어 나오게 된 셈이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실험을 이어간다.
"헤드셋과 같은 안테나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됐어요. 안테나를 움직임으로써 뒤에 있는 색까지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죠. 그러면서 색을 듣기 위해 귀를 사용하는 것 대신, 두개골을 소리 증폭기로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안테나를 두개골에 심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렸으나, 수술을 받기까지 2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려야만 했다. 수술이 비윤리적이라는 이유로 영국 생명윤리위원회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힌 데다, 이 위험천만한 수술을 감행하겠다는 의사 또한 쉽사리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안테나는 결국 그의 몸의 일부가 됐다.
"수술로부터 치유되고, 새로운 입력 체계에 익숙해지기까지 2개월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했지만, 안테나와 뼈가 온전히 하나가 됨으로써 색상에 대한 인지능력이 더 높은 수준으로 향상될 수 있었죠. 꿈에서 색깔이 들리기 시작했던 그날 밤, 진정한 사이보그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뇌와 소프트웨어의 차이를 느낄 수 없는 순간이었죠. 안테나를 제 몸의 일부이자, 장기로 인식하게 된 겁니다. 더 이상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거나, 장치를 착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됐죠. 제 스스로가 기술, 바로 그 자체가 되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속적으로 안테나의 업그레이드를 시도함으로써 보다 진화된 자신을 위한 한걸음을 내딛었다.
"저는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색깔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지만, 거기서 만족하기 어려웠습니다. 인간의 시각 시스템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사람의 눈으로 감지할 수 없는 더 많은 색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저는 색 인지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적외선과 자외선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까지도 포함해서요. 자외선을 듣게 되어 좋은 점은 일광욕을 하기에 좋은 날인지, 나쁜 날인지 알 수가 있다는 사실이죠."
동시에 새롭게 정체성을 부여한 자신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증명받기 위한 노력 또한 멈추지 않는다. 그의 끈질긴 설득에 영국 정부도 안테나와 함께 한 그의 사진을 여권에 사용해도 좋다는 결정을 내린다. 그동안 신체가 아닌 장비나 기기를 부착한 사진을 허용하지 않던 정부가 이례적으로 '안테나는 신체의 일부'라는 그의 주장을 공식 인정해준 셈이다. 이로써 그는 인류 최초의 '사이보그'로 불리게 된다.
안테나와의 결합은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을 완전히 바꾸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예술세계를 확장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색깔이 들리기 시작한 이후로 제 인생은 극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미술관은 콘서트장이 되었죠. 저는 피카소나 로스코 같은 세계적 화가의 그림을 소리로 듣습니다. 그간 제가 무색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죠. 도시는 회색빛이 아니었어요. 리스본은 노란 빛을 띤 터키석, 그리고 런던은 황금빛을 두른 빨강색이더군요(웃음). 전에는 보기 좋게 옷을 입었지만, 이제는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해 옷을 입습니다. 또 악기 없이도 음악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제 자신이 악기가 되었으니까요. 스피커에 저를 연결하고, 청중들을 보거나 색을 가진 물체를 바라봄으로써 음악을 재생할 수 있습니다. 페달을 사용해 청중이 듣고 싶은 색깔을 조절해줄 수도 있고요."
그는 이처럼 시각과 소리의 연결 및 새로운 감각의 입력을 통해 색다른 프로젝트를 선보여 왔다. 그 자신이 기술이 되어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와 동시에 사이보그가 비인간적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강연 및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