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유일하게 2년생(生) 다시마가 나는 곳이 서해 최북단의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다. 서해 최북단의 다시마는 100~200㎎으로 따뜻한 바다에서 나는 다시마보다 두 배 가까이 무겁다. 백령도 다시마가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완도와 기장에서 양식하는 다시마의 종묘를 백령도의 종묘장에서 공급한다.
김진영
완도와 기장의 양식 다시마, 백령도에서 종묘 공급
수온이 오르는 7월이면 다시마 끝이 물러지면서 다른 지역은 수확이 끝난다. 바다 수온이 차가운 백령도의 다시마는 7월부터 제철이다. 7월에 수확하는 다시마 가운데는 2년짜리도 있다.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2년생(生) 다시마가 나는 곳이 서해 최북단의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지역이다.
6년근과 4년근 인삼의 격이 다르듯, 2년생과 6개월생 다시마의 격도 다르다. 마른 다시마의 품질 판단은 가로 1㎝, 세로 1㎝ 면적의 중량으로 판단한다. 서해 최북단의 다시마는 100~200㎎으로 따뜻한 바다에서 나는 다시마보다 두 배 가까이 무겁다.
백령도 다시마가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완도와 기장에서 양식하는 다시마의 종묘를 백령도의 종묘장에서 공급한다. 다시마 종묘는 채소의 모종과 같다. 다시마가 포자를 뿌리는 시기에 다시마 포자를 긴 줄에 포획해 일정 크기로 키운 것이다. 농촌에서 모종을 사서 밭에 심듯이 다시마 종묘가 있는 줄을 잘라 양식장의 밧줄에 묶는다.
가을에 이식한 종묘는 6개월 사이 2~4m 길이로 자란다. 완도의 한 지역은 백령도 다시마 종묘로 양식한 다음부터 수량이 30% 정도 늘었다고 할 정도다. 백령도 다시마 종묘의 품질이 뛰어나 전국의 다시마 양식장에 공급하고 있다.
깊은 산에서 좋은 삼이 나듯이 서해 최북단 차가운 바다에서 최상의 다시마가 난다. 백령도를 비롯한 대청도와 소청도 바다에 맛있는 성게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질 좋은 미역과 다시마가 1년 내내 숲을 이루고 있으니 해초를 먹고 자라는 성게가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다시마와 미역이 풍부한 바다는 살아 있는 바다다. 해초가 녹아 바닷속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백화(白化) 현상, 갯녹음이라고 한다. 해초가 사라진 바다는 성게만이 먹이를 찾아 헤맨다. 갯녹음이 발생한 곳의 성게는 알이 없다. 성게 초밥이나 성게 비빔밥의 성게 알은 사실 암컷이나 수컷의 생식소다. 성게는 해초를 먹고 산다. 먹을 것이 없는 성게의 생식소는 부실할 수밖에 없다.
차가운 바다 덕에 백령도 일대의 바다는 해초가 일년 내내 풍부하다. 미역과 다시마가 계절과 상관없이 바다 속에서 숲을 이룬 덕분이다. 숲이 깊으면 숲에 기대어 사는 동물들이 많다. 바다 숲도 마찬가지로 많은 바다 생물의 보금자리가 된다.
해초를 먹고 사는 성게에게 바다 숲은 낙원이다. 갯녹음이 있는 바다, 특히 해초가 많은 백령도나 대청도 바다에서 나는 성게는 맛있는 식재료다. 성게가 아무리 많아도 바닷속 해초를 다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바다 숲이 풍성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