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는 전라남도 흑산도가 유명하지만, 어획량은 대청도가 '갑'이다.
김진영
홍어 명성은 흑산도, 어획량은 대청도가 '갑'
묵은김치, 돼지 수육 그리고 삭힌 홍어의 조합을 흔히 '홍어 삼합(三合)'이라고 부른다. 묵은지의 신맛, 돼지 수육의 묵직한 지방의 맛, 홍어의 톡 쏘는 향에다 차진 살맛이 내는 하모니는 극상의 조합이다. 극상의 조합은 홍어 맛에 빠진 이들에게는 축복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삼합에서 홍어만 빠진 '이합(二合)'일 뿐이다.
홍어는 냉장 보관하면 썩지 않고 삭는다. 몸에 있는 요소가 숙성과정에서 암모니아로 변해 냄새가 난다. 홍어 하면 코를 자극하는 냄새부터 상상한다. 그 맛에 먹기도 하지만, 흑산도나 대청도에서는 삭힌 홍어를 즐겨 먹지 않는다. 싱싱한 것을 먹어야 제맛이지 뭐하러 삭히냐는 지청구 듣기 십상이다.
삭히지 않은 생홍어의 씹는 맛은 잘 만든 찹쌀떡이 한나절 정도 지난 정도의 식감이다. 차지게 씹혀도 질겅거리지 않고 쫀득쫀득하다. 초고추장이나 초된장도 좋지만, 오히려 깔끔하게 고춧가루 섞은 소금을 찍어먹는 게 더 낫다. 살과 살 사이에 있는 중후한 지방의 맛과 단맛을 소금의 짠맛이 족집게처럼 끄집어내준다.
대청도에서는 겨울과 초봄 사이에 잡은 홍어를 먹을 때 아주 가끔 특별한 과정을 거친 다음 회를 즐긴다고 한다. 홍어 살에 기름이 잘 오른 부위를 회 뜨고 난 다음에 칼로 다이아몬드 모양을 내고 얼음물에 20분 정도 담가두면 회에 꽃이 핀다고 한다.
찬물에 담갔던 홍어의 물기를 꼭 짠 다음 먹는 게 가장 맛있다고 한다. 여름 것도 괜찮다고 하지만 겨울 지나 초봄 무렵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돌아오는 봄, 대청도에 가서 얼음물에 담갔던 생홍어 회를 먹어볼 요량이다.
대청도에 가야만 생홍어를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인천시내에서도 맛보고 즐길 수 있다. 수도권 최대 어시장인 인천 종합어시장에도 대청도산(産) 생홍어가 금어기를 제외하고는 항상 있다. 가격은 그때그때 다르지만 1kg에 1만 원대라서 다른 횟감보다 저렴하다. 4kg정도면 성인 서너 명이 먹을만한 양이다. 몇만 원으로 여럿이 홍어를 즐길 수 있다.
인원수에 맞은 홍어를 고르면, 그 자리에서 바로 부위별로 해체한다. 목포나 나주의 홍어거리처럼 회로 썰어주지는 않는다. 큰 덩어리로 잘라주지만, 칼만 있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회를 뜰 수 있다. 회를 다 떠 주지는 않는 이유는 먹고 남았을 때 보관하기도 편하거니와 손과 칼이 자주 닿을수록 맛이 덜 하기 때문이다.